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톳조림
| 2014·03·19 09:26 | HIT : 2,621
[재료] 톳, 당근, 새송이
          채수(무, 다시마, 표고, 양파 겉껍질, 파뿌리)
          우메보시 페이스트, 우메보시 씨앗간장, 굴간장
          매실원, 생강 귤껍질 효소, 조청
          매화주
          고추씨 가루, 후추, 참기름, 통깨


독일에서 오래 유학하고 돌아 온 여동생이
타지에서 입맛들여 그리워진 음식이 있으니 꼭 먹게해달라고 부탁을 해옵니다.
그런데 그 음식이라는 것이 그 나라에서라야 제맛을 느낄 법한 특별한 전통 음식도 아니고
엉뚱하게도 '톳조림' 이라니?

동생에겐 함께 수업 들으며 가까워진 일본인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그녀는 날씨가 지독하게 무겁거나, 문득 타향살이가 외로워 울적해지면
처지가 같은 우리 동생을 불러다 끼니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쓰다듬곤 하였는데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상에 올랐던 반찬이 바로 톳조림이었데요.
오돌오돌 씹히는 가운데 짭짤하고 달콤한 맛이 입과 몸에 따스하게 번지면
어쩐지 새롭게 기운이 나서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길에 힘이 돋더라고.
동생은 무사히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여 자신의 모교로 돌아갔어요.
그러나 고향으로 귀환은 했어도 서울엔 이미 남은 가족이 없으니
허전한 마음을 접고 홀로살이를 이어갈 밖에요.

"평일엔 내내 일정에 묻혀 정신 잃을 듯이 사니 그런대로 괜찮아.
그래도 혼자있는 주말 저녁이면 문득 영혼마저 허기지는 느낌이 들면서
가족이 다같이 둘러앉아 맞던  온기있는 밥상이 절절이 그리워.
희한하지? 그럴 땐 왜 엄마 손맛 듬뿍 배인 강된장 찌개도 아닌,
독일에서 먹어 본 톳조림이 여지없이 떠오르는 걸까?
따뜻한 밥에 그저 달콤 짭조름한 톳조림 한 젓가락만 놔 먹어도
깊이 위로받는 기분이 들 것만 같아"

마침 바다에서 생톳을 한창 건져 올리는 한겨울이었기에
장날 읍에 내려가는 남편에게 톳을 당부합니다.
여기 하동은 일부 지역이 남해바다에 면해 있어요.
그렇기에 우리는 추운 계절이 시작됨과 동시에 싱싱한 미역이며 파래, 곰피,
모자반과 톳 등의 해초를 마음껏 즐기며 이곳에 사는 행운을 누린답니다.
톳을 구해놓고는 많아지는 생각.
톳은 늘 파랗게 데쳐서 두부 으깨어 집간장, 참깨로 담백하게 무쳐만 먹었는데
조림은 어떻게 하지?
달콤 짭잘하다고 했으니...흠...연근 조리듯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톳은 찬물에 여러차례 헹군 것을 펄펄 끓는 물에 소금 넣어 가볍게 데치자.
데친 톳을 시원한 물에 다시 헹궈 남은 불순물을 털어내야지.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놓고,
당근 곱게 채 썰고,
새송이 버섯 -  찢어서 볕에 내놓아 사흘간 말린 것으로 흐르는 물에 슬쩍 헹구었으면
넉넉한 크기의 웍을 달구어, 톳과 말린 새송이버섯 부터 볶기 시작하는 거야.
기름 먼저 덥석 두르지 말고 담백하게 채수로 볶으려고.
채수는 톳이 잠길만큼 붓고, 여기에 우메보시와 우메보시 씨앗간장, 그리고 지난 달에 만들어 둔
굴간장으로 간을 하면 감칠맛은 높아지고 무엇보다 산뜻하게 짭짤해서 질리는 맛이 안 생길 테지.
그리고 단맛 양념으로는 매실원과 생강 귤껍질 효소, 조청을 써볼까?
생강 귤껍질 효소는 건데기째 갈은 것을 검지 손톱만큼만 넣어
도드라지는 맛 없으면서 해초의 비릿함을 잡고, 매실원으로는 시원한 단맛을,
조청은 톳조림 완성 전에 모자란 단 간을 맞추면 구수하겠군.
맛을 보아가며 위의 짠맛, 단맛 재료를 섞어 달치근하고 삼삼할 정도로 간 해서 센불에 바글바글 끓여.
흥건하리만치 부어놓은 채수에 맞추어 처음부터 짭짤하고 달게 간을 보면 나중에 다 조렸을 때
지나치게 짜거나 달아져서 낭패볼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자.
조림 국물이 끓다못해 펄떡펄떡 튈때즈음 향기로운 매화주를 한 종지 넣는 거야.
그러면 혹여 끝까지 남아 거슬릴지도 모를 해초 비린내를 샥~잡음과 동시에
재료들 마다 가진 개성을 하나로 그러모을 테니까.
국물이 반쯤 졸았을 때 이제 당근채를 더해야지.
시작부터 당근을 넣으면 간장색이 진하게 배어 칙칙해지니 중간에 첨가해 색도 곱게 유지시키고
당근 식감도 말이야, 푹 익히는 것 보다는 살캉하게 씹는 맛을 살리는 편이 아무래도 낫겠어.
이제 고추씨 가루를 아주 조금만 뿌려보자.
안 넣어도 맛이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마침 있으니까. 이게 칼칼하면서도 구수하잖아.
맛있으면 앞으로도 이건 쭈욱 넣고싶네. 내가 좀 고추씨 가루를 편애하거든.
국물이 바닥에 깔리듯 남을 만큼 조려졌으면 불을 끄고
후추 가볍게 갈아서 탈탈~
참기름도 얇게 한 바퀴 휘리릭~
통깨도 훌훌 뿌려 고르게 뒤적이면
이것으로 톳조림 완성!


동생 먹이려고 시작한 톳조림이었지만 만들고 보니 제 입맛에도 꼭 맞는 음식인 거예요.
톳조림 하던 날 마침 곁에서는 어머니가 강된장을 끓이셨고
밥솥에선 보란듯이 때 맞게 현미밥이 다 되어 구수한 밥냄새를 풍깁니다 .
순간, 폭풍처럼 밀어닥치는 식욕의 충동.
양푼에다 서둘러 뜨거운 밥을 푹푹 푸고
청양고추를 꺾어넣어 매콤하게 끓이신 어머니의 강된장을 퍽퍽 떠담아
석석 비벼가지고요
숟가락에 넘치도록 강된장 밥을 뜬 다음
여기에 톳조림을 떨어질라 아슬아슬하게 산처럼 쌓아
어머니와 둘이 마주앉아 볼이 풍선같이 부풀도록 와구와구...
이러는 우리가 너무 기가막혀 고부가 눈을 맞추고 깔깔 웃으며
"이야~세상에 뭐 이렇게 맛난 조합이 다 있다니?"
"그러게요. 그나저나 이렇게 엄니랑 머슴밥 자주 나누면 덧정이 새록새록 깊어지겠어요~ㅎㅎ"
서로의 숟가락에 주거니 받거니 톳조림을 올려주며 통크게 양푼밥을 비우고나니
아...저야말로 한구석이 뚫려 허하던 영혼이 꽈악 메꿔지는 기분이 들어요.
이미 봄나물이 들판으로 빼곡하지만
우리집 밥상위에 여전히
달콤짭짤한 겨울 바다 풀이 넘실대는 이유입니다...^^


r
막둥이
이야기가 있는 음식.. 좋네요^^
머릿속으로 저도 바글바글 끓여보기도 하고, 후추를 탈탈 털어 넣기도하고~
마무리는 옆자리 끼어 앉아 한숟갈 크게 떠 와구와구 먹고 있습니다^^
기분좋은 레서피 감사합니다앙!!

14·03·21 01:18 수정 삭제

성남동생
사장님~
수필집 & 시집을 출판하셔야 되겠네요!
오히려~ 제가 독자가 되어버렸답니다^^
요즘 저는 봄 볕에 뒹구는 아기 고양이처럼 게으름을 즐기느라고
엊그제 톳밥을 해서 기본 양념 간장에 쓱쓱 비벼 먹어버렸는데... 제가 만든 식탁에는 정성과 품위가 전혀 없는데...ㅠ.ㅠ 쏙~ 빠진 그 부분을 여기에서 채워 담아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여긴 어제까지 흐렸다가 오늘은 또 졸음을 부르는 봄 볕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닉넴을 살짝...ㅎㅎㅎ

14·03·21 12:49 수정 삭제

하동댁
막둥이 님~
ㅎㅎㅎ~ 와구와구 먹는 모습...
상상만 해도 기특하고 예쁘다는요...^^

성남동생~
임시 닉네임리라지만 마음에 쏙 드는데요.^^

톳밥은 뭐니뭐니 해도 담백하고 개운한 기본양념에 비벼 먹는 게 최고잖아요~ㅎ
그런데 거기에 우메보시 한 알만 다져서 보태 보시구랴.
산뜻한 맛이 어우러지면서 톳밥의 격이 한 단계 높아질 테니까요.ㅎㅎ

14·03·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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