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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차 - 로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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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녹차의 맛, 로아차(지리산 녹차) 우전
이름 : 로아차 2015-04-22 16:23:26, 조회 : 10,317
Homepage : http://www.loacha.com

잘 만든 녹차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의 맛(五味)' 즉, 달고 짜고 시고 쓰고 떫은 맛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찻잎이 첫 덖음에서 잘 익지 않으면 시거나 떫다.  너무 익으면 차가 짜다.  녹차를 만드는 중에
찻잎이 많이 깨지면 쓴 맛이 도드라지고,  눌거나 타면 구수한 맛이 강하다. 녹차를 우린 찻물을 입에 머금었을
때 하나의 맛만이 툭 튀게 느껴진다면 잘 만든 녹차가 아니다. 하나라도 허투루 했다가는 우려서 마셔 보았을 때
바로 표가 난다.  차를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에 온 신경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맛있게 녹차를 우리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찻잎을 우리는 물이 너무 뜨거우면 쓰거나
떫어진다. 쓰고 떫은 카페인과 폴리페놀 화합물이 너무 많이 우러나기 때문이다. 물이 너무 식으면 찻잎의 풋내가
비릿하게 올라온다. 좋은 향 성분이 피어나지 못해서이다. 맛도 맹물과 비슷하다. 너무 오래 우리면 짠 맛이 강하고
너무 빨리 다관에서 찻물을 뽑으면 밍밍하고 심심하다.

녹차를 맛있게 잘 낼 수 있게 되었다고 어느정도 자신하게 돼도 녹차는 쉽지 않다. 녹차를 우리는 그릇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우려내는 물의 종류에 따라, 하다못해 그 날의 날씨는 물론 누구와 어디서 마시느냐에 따라 녹차의 맛이
미묘하게 변화한다. 이런 쉽지 않은 까다로움에도 녹차가 지난 2,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랑 받아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올바로 만들기만 한다면... 제대로 우려내기만 하면... 부처님이 마신다는 제호나 신선의 음료인 감로에
비견되는 최고의 음료를 맛 볼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래서 차茶에는 도道가 붙고, 옛 다인들은 차를 '마신다'는 말대신 '품品한다'고 하였다.

오늘 올해 처음 만든 햇녹차를 품品해 본다.
직접 만든 녹차이지만 선입견이나 치우침 없이 만들 때 과정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신중하게  맛을 본다.

우선 다관을 준비한다. 중국에서는 녹차를 투명한 유리잔에 우리지만 우리나라의 녹차를 우릴 다관은 도자기가 좋다.
특히 옆으로 자루가 달렸다는 뜻의 횡파호(橫把壺)가 쓸만하다. 중국과 녹차를 만드는 방법이 다르기에 우리는 도구
또한 다르다. 다관은 미리 뜨거운 물을 부어 데운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찻잎을 다관에 넣는 방법(이를 투다법이라
한다)에 구애받지 않기 위해서다. 다관을 데우는데 사용한 물은 모두 따라 버리고 녹차를 5g정도 다관에 넣는다.
차의 양은 기호에 따라 달라지기에 정확히 얼마를 넣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많은 양의 차를 넣으면 조금
빨리 우려내고, 양이 적으면 조금 천천히 우려내는 등 우려내는 시간으로 조절한다는 원칙만 기억하면 된다.

녹차를 우려낼 물은 '돌 틈에서 흐르는 석간수가 좋다' 고 책에 씌여 있다. 석간수를 구하면야 좋겠지만 보통은
그럴 형편이 안되니 일반적으로 매일 마시는 물을 사용하면 된다.
다만 아래에서 언급한 물 몇 가지는 녹차를 우리는데 좋지 않으니 유의하자.

첫번째는 수돗물이다. 수돗물의 소독약 성분인 염소가 차의 맛과 향을 해친다. 오래 끓이면 염소가 휘발된다고는 하나 
찻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  

두번째는 정수기를 통과한 물이다. 요즘 정수기는 정수효과가 탁월해 물 안의 차 맛이 좋아지는 유용 미네랄도 모두
걸러준다. 정수된 물로 녹차를 우리면 맛과 향이 볼륨감 없이 밋밋하다.

세번째는 두번째와 반대로 미네랄이 풍부한 물, 특히 값비싼 외국 생수들이다. 에비앙이나 볼빅등 미네랄양이 국산 생수 보다 훨씬 많은 것들은그냥 마시기엔 물 맛이 좋지만, 녹차를 우리게 되면 색이 탁해지고 쓴 맛과 떫은 맛이 강하다. 향도 이상해진다.

네번째는 국산 생수중 오존(O3)으로 살균한 물이다. 우린 찻물에서 독특한 이취가 나며 맛도 이상하다.

몇년 전 시중에 나온 생수 수십여가지를 테스트 한 결과, 상표보다는 수원지가 중요했는데, 녹차를 우려 맛보았을
때 좋은 것의 순서를 매기자면  첫번째가 제주도였고,  두번째는 충북 청원군이었다.
(같은 상표로 수원지가 다른 경우, 수원지는 같은데 다른 상표의 것들이 있다.)

녹차를 우릴 물은 100℃로 팔팔 끓여 식혀 사용한다. 물이 완전히 끓지 않으면 찻물에서 비릿한 냄새가 난다.
맛과 향도 제대로 우러나지 않고 뭔가 뭉쳐 풀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첫째 잔은 약 70℃로 식혀 다관에 부은 후 30초 정도 우린다. 물을 부을 때는 물식힘사발을 돌리며 찻잎이 골고루
적셔질 수 있도록 조금씩 붓는다. 마찬가지로 우려낸 찻물을 따를 때에도 천천히 따른다. 이런 시간을 모두 합하면
물을 처음 붓는 시점부터 다관에서 우러난 마지막 한 방울의 찻물을 따라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50초~1분
정도다. 다관으로 횡파호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천히 우리고 여유롭게 따라내는 우러남의 깊이가 다른 것이다.

이제 맛을 볼 차례,
우선 눈으로 찻물의 색을 완상한다. 우전 특유의 투명한 엷은 노랑 빛깔이 참 곱다. 찻잔을 코에 가까이 가져가 향을 맡는다. 청아한 난향이라고 해아 하나? 함께 풍기는 배릿한 여린 향이 풋풋하다. 이른 봄에 핀 어린 찻잎에서만  맡을 수 있는 향이다. 눈이 저절로 감기며 찻물을 한 모금 입에 문다. 겨우내 움츠린 가지에 파릇파릇 피어나는 연둣빛 이파리 같다고 할까? 거기다 더하여 잘 지은 밥의 푹 뜸들인 맛이 합쳐 졌다고 해야겠지. 기분좋은 쓴 맛과 함께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찻물이 매끄럽다. 뒤이어 식도를 타고 은은하게 올라오는 단 맛은 조금 떫어진 입 안을 충분히 감싼다.
혹여 향기가 새어 나갈까 입을 여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둘째 잔은 첫째 잔보다 온도를 조금 더 올려 75℃ 정도로 20초 정도 우린다. 찻잎이 첫번째 잔에서 충분히 적셔졌기에
우리는 시간을 조금 줄인다. 첫 잔보다 찻물의 색이 조금 더 짙고, 그만큼 향도 진하다. 맛을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터진다. 딱 맞춤하게 맛있다.

셋째 잔은 둘째잔과 물의 온도는 같게 하고 시간은 약 30초 정도로 늘린다. 둘째 잔이 준 너른 감동의 파도가 지나가고
남은 여운 속에서 즐기는 운치있는 여유로움이 참 좋다.

넷째 잔부터 찻잎의 베품이 시작된다. 그저 물만 부을 뿐 모든 맛과 향은 찻잎이 주관한다.
은은하지만 가볍지 않은, 시종여일 담담한 향이 잔마다 배어있다.




                                        한 잔 차 마실 때마다 이야기가 하나씩
                                        점차 오묘한 경지로 들어가누나.
                                        이 가운데 즐거움 맑고도 담백하니
                                        어찌 거나하게 취하야만 좋으랴?

                                                一?輒一話 漸入玄玄旨
                                                此樂信淸淡 何必昏昏醉 
       

                                                        - 이규보(李奎報, 1168-1241) <방엄사(訪嚴師)>





조금씩 옅어지는 찻물 속에 도란도란 다담茶談은 깊어가고, 초록빛 미소가 입가에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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