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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004 그리운 고향의 봄... 본 윌리엄스 '날아오르는 종달새' & 세븐 브로이
이름 : 로아차 2013-04-06 15:34:06, 조회 : 20,032
Homepage : http://www.loacha.com

Ralph Vaughan Willians, The Lake Ascending

네번째로 선정된 곡은 영국의 작곡가 '레이프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 의 관현악과
바이올린을 위한 로망스 'The Lake Ascending (날아오르는 종달새)' 입니다.

솔직히 음악에 조예가 아주 깊거나, 특별히 '본 윌리엄스' 라는 작곡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곡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이 곡은 (제가 지금 연재 중인) 영국 클래식 FM의 연간 순위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연거푸 1위에 선정될 정도로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곡입니다.

우리에게는 2006-7 시즌 ISU(국제 빙상 경기연맹)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가 연기 때 사용한 음악으로 유명합니다. 당시 신문, 방송들은 한국 빙상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김연아 선수의 쾌거를 '종달새의 비상' 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은 '날아오르는 종달새' 대신 '종달새의 비상' 이란 곡명으로 더 알려졌습니다.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 한 번 들어보시죠.
'네빌 마리너' 가 지휘하는 'The Academy of St.Martin in the Fields Ensemble' 이 연주합니다.







처음 이 곡을 들을 땐 그냥 난감했습니다. 크게 굴곡짐없이 마냥 편안하기만 한 이런 곡을 사랑하는 영국인의
정서가 이해는 됐지만, 공감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이 곡과 어울리는 음료 찾기는 그야말로 장님 문고리 잡는 식으로 헤멜 수 밖에 없었지요.

처음 거론된 것은 '쑥차' 였습니다.

'쑥차, 어울리지 않아? 음악에서 연상되는 들판의 푸른 정경과 봄쑥이 잘 맞잖아'
'음악에 비해 허브 향이 너무 강한 거 같애'
'영국의 정서와 쑥이 잘 어울릴까? 우리한테는 익숙하지만...'

'그럼 보리순차는 어떨까? 봄의 푸른 벌판하면 보리순이잖아... 맛도 순하고 부드러운 게 잘 맞을거 같아'
' 너무 직설적이지 않나... 종달새하면 떠오르는 보리밭...'
'그러게, 너무 상투적이야....그리고 보리순차의 구수한 풀맛이 이 곡과 잘 어울리진 않아... '

쑥차에서 시작된 토론은 보리순차에 이르렀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날로 미뤘습니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음료로 뭐가 있을까?'
'오디 주스는 어때? 설탕에 절인 오디로 만든 차가운 주스 한 잔...'
'그거 좋네...오디 맛이 덤덤하잖아'

결론이 오디 주스로 모아지려는 분위기인데 누군가 반론을 제기합니다.

'너무 밋밋해...그래도 음악이 그 정도는 아니잖아, 또 너무 달기도 하고'
'맞아, 동양적인 선율이 강해서 뭔가 애달프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달기만한 주스랑은 잘 안 어울려'

시간을 따라 음악은 흐르고, 생각은 깊어지지만 말 수는 줄고...결국 이 날도 결정을 못 내립니다.

'지금 우리가 듣는 '날아오르는 종달새' 가 음악을 들으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잖아.
뭔가 들으라고 강요하거나 압도 당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하면서 말야. 그러니 이런 편안한 음료나 차를
찾아 보자구'

'발아 현미차는 어때? 곡물을 발아시킨 것이니 약간은 달콤하고, 담담하고 순해서 편안하고 말야.
싹을 틔운 모습이 봄하고도 잘 어울리고'

기발한 제안이지만 가족 모두 찬성입니다. 다른 날과 달리 반론이 없는 재빠른 동의에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고 싶었던 조급한 마음도 한 몫 거들었을 겝니다. 하지만 문제는 차 맛을 보아야 할 터인데 갑자기 '발아 현미차' 를 어디서 구합니까?

결국 직접 만들기로 결정하고 그 날부터 준비에 들어갑니다.

현미는 닷새 정도 물에 담궈 싹을 틔웁니다. 꼬물꼬물 올라오는 현미의 싹은 신기해 자꾸 들여다 보게 되죠.
어느 정도 싹이 튼 현미는 볕 좋은 날 물기를 말립니다. 한 이틀은 말려야 바싹 마릅니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볶는 작은 무쇠솥에서 불 온도를 조절하며 타지 않게 노릇노릇 잘 볶습니다.

일주일을 준비하여 맞은 기다림의 시음 시간.

'엥? 이건 누룽지 숭늉맛...!'

실망스럽게도 첫 느낌은 딱 그랬습니다.  물론 '발아 현미차' 의 맛은 훌륭했습니다. 고소한 첫 맛때문에 숭늉을 떠올렸지만 뒤에 이어지는 발아된 곡물의 감칠 맛과 목을 넘어갈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단맛은 일품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찾던 '종달새가 날아 오르는 봄의 풍경' 과는 거리가 너무나 멉니다. 일주일간의 노고가 허사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독일로 공부하러 간 여동생이 13년만에 하던 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가족들 모두 두 팔 벌려 반겼죠. 다음날, 언제나와 같이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습니다.
이 곡이 흘러 나오자 여동생이 이럽니다.

'어 이건, 영국 음악같은데... 처음 듣는 곡이지만 참 편하고 좋네...'

그때 갑자기 어떤 깨달음이 전류처럼 스쳤습니다.

자신이 나고 자란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지내다 보면 가장 그리운 것이 무엇일까요?
무엇이 질긴 탯줄처럼 나와 조국을 연결시켜주는 것일까요?
반만년의 자랑스런 역사 ?
위대한 문화와 전통 ?
글쎄요? 저의 경우엔 아리랑과 같은 귀에 익은 민요 한 소절이 들리면 고향을 떠올리며 눈물 짓고, 신김치로 싼 푹 삭힌 홍어 한 점,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이 그리워지면 어쩔 수 없는 한국인임을 깨닫겠지요.

영국인이라면 어떨까요?
영국의 정서와 선율이 담뿍 담긴 '날아오르는 종달새' 와 같은 곡을 들으며 고향을 생각할 때, 그는 어떤 음료를 떠올릴까요?  
답은 물어보나마나, 바로 영국식 에일 맥주일 겁니다.

맥주는 사용효모에 따라 크게 상면발효 맥주와 하면발효 맥주,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면발효 맥주는 보통 라거Lager 라 불리며, 효모가 바닥에 가라 앉아 발효가 이뤄지는 가볍고 톡 쏘는 맛의
맑은 노란색이 특징입니다. 1800년대부터 저온시설의 발달과 함께 개발되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가
현재는 세계 맥주의 90%이상을 차지합니다. 상면발효 맥주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고, 관리도
까다롭지 않아 대형시설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대중적으로 유명한 하이네켄, 아사히, 하이트, 오비, 칭타오, 코로나, 밀러 등등 맑은 색의 맥주는 웬만해선 라거 맥주입니다.

상면발효 맥주는 에일Ale 이라 불리며, 효모가 윗쪽에 둥둥 떠서 발효되는 맥주입니다. 라거가 나오기 이전의
모든 맥주는 전부 상면발효 맥주였습니다. 효모를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각 맥주
마다 갖는 개성이 뚜렷하죠. 하지만 관리가 힘들어서 독일, 영국, 벨기에, 미국의 몇 브루어리(맥주양조장)들을 빼곤 라거맥주가 주류입니다. 라거 맥주처럼 맑은 노란색이 아니고, 색이 좀 뿌옇고 탁하거나 밑에 효모같은 게 가라 앉아 있다면 웬만해선 상면발효 맥주입니다. 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탄산때문에 바로 느껴지는
시원함은 덜하지만 독특한 향과 묵직함, 성인이 좋아할 만한 쓰지만 부드러움을 간직한 맛이 특징입니다.
기네스, 뉴캐슬, 호가든, 독일의 바이스 비어, 알트 비어 등이 이에 속합니다.

방금 전 깨달은 것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니 평소 맥주에 관심이 많던 동생이 거듭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 나라에서도 에일 맥주를 생산한다던데...'

인터넷을 검색하여 찾은 것이 바로 '세븐 브로이' 라는 상표의 맥주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맥주는 법령의 제약으로 일제 강점기에 주류면허를 받은 2개 대형맥주회사를 제외한
일반제조, 판매는 금지였습니다. 우리나라 맥주가 세계 최악의 맥주라는 오명은 그로 인해 생겼죠.
2010년에 법규가 그나마 조금 개정되며 중소기업도 일반 맥주, 제조및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었고,
2011년 최초로 만들어진 맥주회사가 '세븐 브로이' 입니다.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아와 홉 등은 모두 수입품이지만, 그래도 강원도 횡성의 맑은 물로 만든 맥주라니...
마시기 전부터 기대가 됩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사는 하동에서 '세븐 브로이' 를 구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세븐 브로이' 의 유통망이 넓지 않아 대형 마트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결국 하루를 별렀다가 카메라가 망가진 걸 고친다는 핑계로 이웃 큰 도시-광양-에 들러 한 대형 마트에서 두 캔을 구해 의기양양하게 돌아왔습니다.

'날아오르는 종달새' 를 틀어 놓고, 시음에 들어갑니다.

'음....'

'아....'

'역시....'

다들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감탄사만 연발합니다.

씁쓸한 첫 맛은 외지에 나와 고향을 그리는 처지를 닮았습니다. 하지만 연이은 꿀과 꽃의 향기는 고향의  너른
들판으로 데려가 미소짓게 합니다. 우리네 엿길금으로 만든 식혜와도 같은 달달한 뒷 맛은 추억의 맛이겠지요.

한편으로 농사일로 굵은 거칠어진 억센 팔뚝도 만져집니다. 그러나 어디선가 불어온 봄바람이 삶의 고단함을
어루만지듯 부드럽게 감싸 안아 줍니다.

바람 강한 들판이지만 그곳에서는 새 생명의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바이올린 소리는 마치
'날아오르는 종달새' 가 머리 위에서 지저귀듯 노래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세븐 브로이' 를 마시는 동안
반지의 제왕에서 본 가없이 평화로운 호빗들이 사는 마을의 정경이 떠오릅니다.

'아...이런게 영국인이 그리워하는 고향의 봄이겠구나...'

머리로만 이해됐던 음악이 가슴으로 진하게 공감됩니다.

오늘 마신 '세븐 브로이' 는 당연히 영국인들이 자국의 Pub에서 마시는 정통 에일맥주와는 조금 다를 겁니다.
하지만 한국인인 우리가 느끼는 영국의 정서가 담겨 있는 음료 정도는 된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끝맺을 시점에서 써 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니 정작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작곡가에 대한 설명이나 곡에 대한  
해설이 많이 부실함을 발견했습니다. 글의 초점을 '음악' 과 '그 음악에 어울리는 음료 찾기' 에 맞추다보니 그리 되었노라 애써 변명해 봅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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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월 30일까지 '2013년 지리산쑥차 10개묶음' 할인행사중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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