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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의 시원(始源)과 차문화의 탄생 (1)
처음을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종종 처음을 밝혀 어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처음을
확인해야만 다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을 위안삼아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다.
◎ 상고(上古)시대에 차가 있었을까?
이 글에서 상고시대란 중국의 고대 전설상의 왕조인 하,상,주 3대를 가리킨다. 중국 신화 시대인 삼황과
오제이후의 시기로 우왕이 세웠다는 하(夏)나라와 실정과 포악을 일삼은 하나라의 마지막 왕인 걸왕(우왕의
17대손)을 몰아내고 세운 상(商)왕조(기원전 1,600~기원전 1,046), 걸왕과 함께 폭군의 전형으로 '주지육림'
이란 고사를 만들어낸 상의 마지막 임금인 주왕을 목야의 전투에서 물리치고 나라를 세운 주(周)나라(기원전
1046∼ 기원전 771)까지로 신석기와 청동기를 사용하며 원시적인 국가형태를 이루었던 시기이다.
한자의 원형이라고 할 갑골문자가 상나라때부터 사용되긴 하였지만, 그 해독은 미미한 편으로 당대에 쓰여진
이 시기의 역사는 아직 전무하다. 하,상,주 삼대에 대한 기록은 보통 수백년에서 일,이천년 후에 쓰인 것으로
현재 많은 유적과 유물이 발굴되고 있는 편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신화와 전설의 형태에 의존하고 있다.
차와 관련된 기록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로 차의 시작도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 고대 신화의 인물중
한명인 신농씨가 차의 시작을 알리는 주인공이라 알려져 있다.
"신농씨는 농기구를 만들어 백성에게 농경을 가르쳤으며, 백초(百草)를 맛보아 약초를 찾아내 치병(治病)
하였고, 오현금(五絃琴)을 만들었으며, 팔괘(八卦)를 겹쳐 육십사효(六十四爻)의 점(占)을 보는 점술을
고안해냈고, 저자(시장)를 세워 백성들에게 교역을 가르쳤다고 한다. 즉 그는 중국의 농업·의약·음악·
점서(占筮)·경제의 조신(祖神)이며, 중국 문화의 원천으로 알려져 있다." 《인용:네이버 백과사전》
【『삼재도회』의 삽화 『성군현신상화책』 (대북 고궁박물원)】
농업과 제약의 방법을 백성에게 가르쳤다는 인물화의
화제로 풀옷을 입고, 약초를 맛보는 모양을 그리고 있다.
특히 차와 관련된 기록은 신농씨가 지었다고 하는『신농본초경』의 다음 구절이다.
"신농이 백가지 풀을 맛보던 중 하루는 칠십이가지의 독을 만나게 되었지만
차를 얻어 이를 해독하였다. (神農嘗百草 一日遇七十二毒 得도乃解)"
『신농본초경』은 중국 후한에서 삼국시대에 성립된 약초의 성질과 약효,다른이름등을 모아놓은 본초서이다.
신화의 인물인 신농씨의 이름을 차용했지만, 신농씨와는 무관하게 고대부터 구전등을 통해 내려온 약초의
목록을 정리해 놓은 약물서이다. 그러므로 이 구절만을 가지고 차의 시작을 신농씨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추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신농씨는 (신화이긴 하지만) 대략 기원전 3,000년 전의 인물이고, 『신농본초경』이
작성된 시기는 아무리 빨라야 기원후 300년 경이다. 따라서 삼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차에 대한 이야기가
연결이 되지 않는 사라진 고리로 남는다.
사라진 고리를 메꿔주는 문헌들이 있긴 하다.
동진의 상거라는 사람이 A.D 4세기경 지은『화양국지』[파지(巴誌)]에 의하면,
'주 무왕은 주(紂,은나라의 마지막 임금)를 토벌하고 파촉(지금의 사천)의 나라를 얻었다.
곡물, 가축, 뽕나무, 누에, 삼베, 영(?), 생선, 소금, 구리, 철, 단사, 칠, 꿀, 차(茶) 등의
특산물을 헌납 받았다',
와 같이, 주 무왕이 상나라를 토벌한 B.C 1046년에 찻잎의 생산이 이루어졌고 중앙정부로 공납이 되었다고
쓰고 있다. 만일 위의 기록이 사실이라면 공납을 할 정도로 대량의 차가 생산되었으며, 차문화도 그 이전
시대부터 발전해왔을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위의 기록은 위작이다.
왜냐하면 주나라 당시 차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차를 조공품목으로 받았을 정도라
면 결코 하찮은 물건일 수 없다. 조공품은 언제나 필수품이나 귀한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귀한 차를 받아 주나라 왕실은 어디에 사용하였을까? 고대시대에 가장 중요한 의례중 하나는 제사이다.
주나라의 제사와 관련해서는 공자가 남긴 것들을 비롯하여 많은 기록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차를
사용한 기록은 없다. 아니,'차茶'라는 의미의 단어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주나라 후대인 춘추전국시대에 쓰여진 기록들인 『논어』나『춘추』,『맹자』나『장자』등을 포함한 제자백
가서 어디에도 차와 관련된 기록은 나와 있지 않다.
공납으로 받던 그 귀한 차는 다 어디로 갔을까? 주나라때 차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나라 초(周初)부터 춘추(春秋)시대 초기까지의 시를 공자가 정리하였다고 전해지는 『시경』이나 『좌전』
등을 살펴 보아도 음차풍습을 나타내는 구절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차를 나타내는 고대문자인 '도'가 아홉차례이상 나오기는 하나 이때에도 그 뜻 그대로인 '쓴 풀'이나
'씀바귀'등을 나타낼 뿐 차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하여는《차는 언제부터 '茶'가 되었나?》를 참고하기 바란다.)
차와 관련된 문헌으로 많이 꼽히는 것으로 『이아爾雅』도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서로, 고전의 문자를 추려 유의어와 그 뜻을 해설한 이 책은 고대 중국어의 어휘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이 책을 위나라의 장읍은 "주공(周公)이 지었고,공자가 더하였고,자하가 덧붙이고,숙손통이 보태었다"라고
하면서 주공(周公)이 편찬했다는 학설이나 공자(孔子)의 문하(門下)에서 편찬되었다는 학설 등이 전해진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이루어진 고전(古典)의 어의(語義) 해석을 바탕으로 전한
(前漢)에 이르러 형식이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이아』에 차의 옛글자인 '가'가 수록되어 있다.
『이아』[석목]편에 보면 "가, 고도'로 써 있고, 진대(晉代)의 곽박(郭璞, 276~324)은 앞의 책을 주석 풀이한
『이아주』에서 '가'를,
"나무는 작아 치자와 같고, 항상 푸르고, 잎은 삶아서 국으로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아침에 채취한 것을
도라 하고,저녁에 채취한 것을 명(茗)이라 한다. 혹은 그 날에 채취한 것을 '천'이라 한다. 사천사람들은
이것을 고채라 말하고 있다"
라고 차나무를 묘사하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를 근거로 주나라때에도 차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이아』란 책이 실제 써진 것이 B.C 2세기경
전한(前漢)시대이고, 더구나 곽박은 그로부터 400 여년 후의 사람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B.C 10세기경인
주나라때 차가 있었다고 보기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차의 성인으로 꼽히는 당나라 때 육우(733? ∼ 804?)는『茶經』[七之事]편의 기록에서,
"『안자춘추』에 '안영이 제나라 경공의 재상이었을 때 식사할 때 겉껍질 벗긴 쌀밥과 구운 고기
세 꼬치, 다섯 개의 알과 차와 나물을 먹을 따름이었다.'라고 했다."
라고 적어 춘추전국시대 명재상중 한명인 안영(? ~ B.C 500)이 차를 마신 것처럼 인용하고 있다.그러나 당시
제나라가 위치한 현재의 산동성에 차가 전파된 것은 안영이 생존했을 때로부터 천여년 후인 위진남북조시대
이후이다. 육우가 인용한 『안자춘추』의 기록이 후대에 작성된 위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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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차는 신화시대인 삼황오제 시기는 물론이고,상고시대인 하,상,주 3대에도 존재
하지 않았다. 차가 인류에게 음료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다른 음료, 예컨대 맥주라든지 와인등과 비교하
자면 근래에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차를 즐기고, 사랑하며 또 그것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입장에서 차가 이왕이면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마실거리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아주아주 크다. 한 때는 차가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오래된
마실거리라는 믿음과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자부심은 자기기만일 수 밖에
없고, 실제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기에 더욱 치열하게 차의 시원을 파고 들었다.
정확하고 올바른, 누가 보아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역사에 기반을 둔 차의 시원을 밝히려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차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자의 자세라고 믿기 때문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참고자료
1. '차茶'자가 문헌에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당나라 고종때(A.D650~655)이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위의 글에서는 모두 '차'라 표기하였지만, 사실 인용한 글에 나오는 '차'는 '茶'자가 생기기 이전이므로
'차의 의미'를 가진 다른 글자들이 사용되었음을 염두에 두고 읽기 바란다.
이에 대하여는 《차는 언제부터 '茶'가 되었나?》를 참고하기 바란다.
2. 맥주의 시작은 메소포타미아에 기원을 두고 있다.대략 B.C 4,000~3,500년전으로 당시의 맥주는 현재와는
맛과 모양이 조금 다른 걸죽한 보리죽 상태였다. 와인의 기원은 모아둔 과실이 자연발효하며 생기는 현상을
우연히 발견하여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며 맥주와 비슷한 시기인 B.C 4,000년 경부터 인류가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하였다.
19세기초까지 서양에서 와인과 맥주는 술이 아닌 음료였다. 동양에서 차가 전해지기 전 유럽에서는 물을
끓여 마시지 않아 물로 인한 수인성 전염병이 극심하였다. 때문에 와인은 오염이 없는 천혜의 음료수로 각광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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