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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의 역사 (1)
만일 행복이 눈 앞에 있다면
그리고 큰 노력 없이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등한시되는 일이
도대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
-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1632~1677)
◎ 차茶란 무엇인가?
【찻잎 시들리기】
이른 아침 이슬을 맞으며 찻잎을 따고, 좋은 볕에 말리고......
한 통의 차는 이렇듯 여러 사람의 수고로움 속에서 태어난다.
'차茶가 뭡니까?'
누군가 물었다.
'차는......뭐, 차죠.'
하나마나한 대답이 불쑥 튀어 나왔다.
물음에서 '네가 차를 만든다는데 얼만큼 차에 대해서 아냐' 고 시험하려는 의도와 '그래,그 잘난 차에 대한
네 개똥철학을 풀어놔 보라' 는 약간의 빈정거림을 읽은 때문이다.
그랬기에 선문답하듯, '차는 차일뿐이다' 라는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설사 질문의 의도가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성심성의껏 대답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였다.
대화는 그 말을 끝으로 다른 주제로 넘어갔지만, 생각은 계속 '차란 무엇인가?' 란 물음을 붙잡고 있었다.
차란 무엇일까?
사전식으로 차에 대해 정의 내리자면
"차茶란, 학명이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인, 보통 차나무라 불리는 나무의 어린 잎으로 만든
것, 또는 그것을 우리거나 달인 물을 통칭하여 일컫는 단어" 이다.
하지만, 위의 설명을 듣고 '아! 차가 그런 것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질문의
의도가 '차' 란 단어의 설명이나 듣자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茶를 마시는 행위에는 단순히 물성적인
측면, 즉 갈증을 해소하거나 차의 영양소를 흡수하는 생리적인 속성을 뛰어넘는 그 '무엇' 이 있다.
그 '무엇' 은 정신의 영역인 일종의 수양일수도 있고, 일종의 역량일수도 있으며, 일종의 경지일수도 있다.
그것들은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하나의 문화를 만든다. 바로 이러한 점이 '차란 무엇인가' 의 질문에 대해
맘편히 답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여기에 해답이 숨어 있다.
차가 지닌 어떤 특별함이 인류에게 단순한 일종의 마실거리로 탄생하여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게 만들고,
급기야 인간정신이 추구하는 궁극에 다다르는 하나의 '길(道)' 로까지 숭앙되게 만들었는지를 밝힌다면
차란 무엇인가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차를 하나의 거울에 비춰보려 한다. 바로 역사라는 거울이다.
차가 인류문명사에 어떻게 등장했는지부터, 어떤 과정을 거치며 발전했으며, 각각의 시대에서 차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또한 상이한 문화속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 현대에 이르기까지 겪어 온 세월의 결에 다양한
차의 형태와 모양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차가 지닌 고유한 특성과 인류가 신비스럽게 생각하여 물신화한 비밀이 밝혀지
리라 믿는다.
다만 한가지 염려스러운 점은 앞으로 살펴 볼 '차의 역사' 가 대부분 '중국차의 역사' 라는 점이다.
고래로부터 차를 마셔온 동양의 세 나라- 중국,한국,일본 중 고대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차와 관련하여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곳이 중국이고 자료가 가장 많은 곳 또한 중국이며, 현재 통용되는 거의 모든
차(茶)의 원형(原形)이라 할만한 내용들이 중국의 각 시대에 씌어진 다서(茶書)들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현대의 컴퓨터가 발명되고 발전되어 온 곳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곳이기에 거의 모든 용어에
서부터 발전정도, 사용방법까지 그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비록 차의 역사에서 다루는 논의들이 중국의 다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지만, 문화라는 것이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강제적인 주입이 아닌 자연스레 흘러 들며 섞이고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결국 차에 대한 이해와 관심, 그 시대적 흐름등은 대체로 비슷한 측면이 있으므로 중국의 차역사를 되짚어
봄으로써,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차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우리
차문화가 발전해 나아가야 할 본질을 정립함과 아울러 차문화가 조금 더 풍성해지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아래는 앞으로 연재할 '차의 역사'에서 다룰 내용들이다.
1. 차의 시원(始源)과 차문화의 탄생
2. '음飮'에서 '품品'으로...... 당나라의 차문화
3. 화려한 귀족의 차 ...... 송나라의 차문화
4. 현대 차의 원형을 이루다 ...... 명나라의 차문화
5. 오랑캐의 문화는 어떻게 주류가 될 수 있었을까? ......청나라의 차문화
6. 서양으로 건너간 차 ...... 서양 차문화의 시작과 발전
7. 또 다른 차, 발효차의 탄생과 발전
8. 현대에 재탄생한 보이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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