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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장군차와 허황옥의 진실 (3)
◎ 김해지역의 차(茶)
김해지역의 차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의 역사학자인 이능화(李能和,1869~1943)로부터 비롯되었
다. 그는 자신이 지은『조선불교통사』(1918)란 책에
"김해 백월산에는 죽로차(竹露茶)가 있다. 세상에서 수로왕비인 허씨가 인도에서 가져온 차 씨라
전한다(金海白月山有竹露茶 世傳首露王妃許氏 自印度持來之茶種云)"
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전편 《우리나라 차茶의 시작은 언제인가?(2)》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김해지역의 차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사실중 한가지는 『세종실록지리지』,『동국여지승람』,『신증동국여지
승람』,『대동지지』등 조선시대의 여러 문헌적 기록 속에서 김해지역의 차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 부근
인 함안, 밀양, 진해에서 차가 토산품으로 나온다. 그러다가 1929년 간행된 『김해읍지』에 처음으로
토산(土産) 중에 차가 등장한다.
황차 금강곡에서 나는데 일명 장군차라고 한다.黃茶 在金剛谷 一名將軍茶
- 1929년판『김해읍지』 토산 78쪽
이능화의 기록과 김해읍지의 위의 내용을 가지고 김해지역 차문화 연구에 불이 지펴진 것은 1980년대초
김대성씨에 의해서이다. 당시 김대성씨는 한국일보에 기자로 근무했는데, 그가 지은 『차문화유적답사기』는
우리나라 다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이 책을 시발로 김해지역의 문화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가야차 문화연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이 없으므로 그 내용은 실로 빈약하고, 마을의 이름이나 구전민요등을 참고로 추론에
근거를 둘 뿐이었다.
【김해의 장군차】
사진속의 차나무는 부산의 원예시험장에서 관리해 온 것을 2008년 3월 16일
김해 수릉원으로 이식하여 현재에 이른것이다. 수령은 200년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신증동국여지승람』의 《김해도호부》의 '불우'조 중 금강사(金剛社)와 관련된
내용이다.
금강사(金剛社) 는 김해부의 북쪽 대사리(大寺里)에 있다.
고려 충렬왕(忠烈王)이 합포(合浦)에 행차하였을 때, 여기에 와서 놀았다.
불훼루(不毁樓)가 있다. 하륜(河崙)이 기문에, “김해(金海)는 옛날의 가락가야(駕洛伽倻)이다.
가락은 신라와 함께 일어났는데, 수로왕의 탄생은 참으로 기이하고, 전하여 내려오는 내려온
풍속에는 아직도 순박함이 있다. 또 가까운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르기 좋은 경치로는 남방에서
첫째인데, 그 중에서도 금강사의 소헌(小軒)이 제일이다.
사(社)에 산다수(山茶樹)가 있어 온 뜰을 뒤덮는데, 전조(前朝) 충렬왕이 보련(寶輦)을 여기에
멈추고 장군이라는 칭호를 내렸으므로 부로들은 이 일을 미담으로 서로 전해 온다.
내가 소년 시절에 객으로 왔을 때, 때마침 중춘(仲春)이어서 산다화가 활짝 피어 있어서 반나절
이나 구경하였지만 흡족하지 않았다.
다만 마루가 낮고 작으므로 나뭇가지와 잎이 서로 가리워서 멀리 내다보기가 어려웠다.
문을 나와서 산과 바다의 참모습이 보여서 배회하며 읖조리기를 오래하다가 돌아왔다. .....
金剛社 在府北大寺里 高麗忠烈王 幸合浦時 來遊于此 有不毁樓 O
河崙紀 金海 古之駕洛伽倻也。駕洛與新羅幷起。首露之生。?奇異。
遺俗尙有淳風。且其登臨之美。冠於南方。金剛社之小軒。爲第一。社有山茶樹。
蔭于一庭。前朝忠烈王。駐輦于。此賜號將軍。父老相傳以爲美談。余昔少年爲客。
時方仲春。山茶盛開。留賞半日。猶以爲未足。祇是軒楹低小。枝葉交加。未易盡其遐?。
及旣出門。乃見山海之眞態。徘徊吟詠。久之而還。.............
『신증동국여지승람』32권《김해도호부 '불우'조》
원래 이 글은 조선초기 문신인 하륜(河崙,1347~1416)이 지은「불훼루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를 『신증동국여지승람』편찬 당시 인용을 한 것이다.
이 글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곳은 충렬왕이 금강사(金剛社)의 온뜰을 뒤덮은 산다수(山茶樹)를 보고
장군이라는 칭호를 내렸다는 대목이다.
역사적인 배경을 좀 더 덧붙여 설명하자면 1231년(고종 18년) 몽고의 1차침입을 시작으로 일곱차례에 걸쳐
몽고의 침략을 받은 고려는 최씨무신정권의 몰락과 함께 몽고에 항복한다. 이때가 1259년(고종 46년)으로
태자 왕전(원종)을 청화사로 보냈다. 고려가 공식적으로 몽고의 속국이 된 것이다.
몽고에 항복한 이후 고려왕위를 계승하려면 원 공주와 결혼하는 것은 필수였다. 특별한 경우 원공주와 결혼
하지 않고 왕위를 계승하거나,공주가 아닌 몽골의 일반 여성과 결혼해 왕위를 계승한 경우도 있었지만,이
경우 왕권의 허약성이 심각하게 드러나 국왕이 스스로 원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애쓰게 된다. 이것은 고려국
왕이 권력이나 권위의 정점에 있는 것이 아니고 권력의 원천이 원의 황실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심하게
말하면 원 제국의 황제 체제에서 고려국왕은 신하나 한 관료에 불과했다. 다만 황제의 부마라는 점에서
고려국왕은 독특한 위상을 지니게 되었다.
고려왕조는 이제 독립왕국이 아니고 이른바 원 제국의 속국이면서 동시에 부마국이라는 이중적이고 특수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원제국과 고려의 이런 특수한 관계는 조선 시대에 중국과 유지한 사대조공 관계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최초로 그런 양국 관계의 틀을 만들어 확립한 인물이 원제국의 세조 쿠빌라이였고,
그 사위가 된 고려왕실의 충렬왕이었다.
유라시아를 넘나드는 거대한 제국을 완성한 쿠빌라이에게 복속하지 않고 남은 곳은 단 하나 일본뿐이었다.
그는 일본에 사신을 보내 원나라가 세운 세계제국의 질서에 편입되기를 권하였다. 하지만 당시 일본을 지배
하던 막부정권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였다. 이로 인해 여몽연합군이 짜여지고 일본정벌이 시작되었다.
총 두차례에 걸친 원정중 제 일차원정은 1274년 10월로『고려사』의 기록에 따르면 몽골군 2만 5천명, 고려
군 8천명에 뱃사공,바닷길 안내자,수부 6천 7백명등 총 3만 9천명이 동원되었다.
원정군은 초기에는 승리를 거두었으나 이내 일본의 강력한 반격에 부딪치고, 계절에 맞지않게 불어온 태풍에
의해 동원했던 전함의 거의 대부분이 침몰하여 무려 13,500 여명의 병력을 손실하고 합포(지금의 마산)으로
되돌아 왔다.
1280년 원제국은 고려에 정동행성을 설치하고 본격적으로 일본정벌에 나섰다. 이때에는 충렬왕을 비롯하여
고려 전체가 총력적으로 일본원정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했다. 이에 충렬왕이 몸소 합포로 거처를 옮겼고
위의 하륜의 글은 바로 이때의 일화를 소개한 것이다.
위의 글에서 산다수(山茶樹)는 동백나무를 가리킨다. 이는 하륜의 글 아래를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중춘에
꽃구경을 하였다는 것인데, 중춘은 음력 2월을 가리키므로 이때에 피는 꽃은 차꽃이 아니라 동백꽃이 분명
하다. 즉, 충렬왕이 장군이라 이름한 나무는 차나무가 아니라 산다수,즉 동백나무인 것이다.
그럼 이것이 언제부터 차나무에 붙여진 이름으로 바뀐 것일까?
이것을 우리는 1899년 작성되었다는 필사본『김해읍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현재 필사본의 형태로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金剛社 在府北( )大寺里 高麗忠烈王 幸合浦時 來遊于此 有不毁樓 O (領議政)河崙(不毁樓)紀(曰)
金海古之駕洛伽倻也。駕洛與新羅幷起。首露之生。?奇異。遺俗尙有淳風。且其登臨之美。
冠於南方。金剛社之小軒。爲第一。社有山(上)茶樹。蔭于一庭。前朝忠烈王。駐輦于。
此賜號將軍(茶號)。 『김해읍지』 1899년 필사본
여기서 산다수(山茶樹)는 상다수(上茶樹)로 변하고 있고, 장군이란 이름뒤에 차나무에 붙이는 명호인 다호가
새로 붙어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1929년판 『김해읍지』로 오게되면 이렇게 바뀐다.
金剛社 在府北大寺里 高麗忠烈王(時) 幸合浦時 來遊于此 有不毁樓 O
(領議政)河崙(不毁樓)紀 (曰)金海古之駕洛伽倻也。駕洛與新羅幷起。首露之生。?奇異。
遺俗尙有淳風。且其登臨之美。冠於南方。金剛社之小軒。爲第一。社有山茶樹。蔭于一庭。
前朝忠烈王。駐輦于。此賜號將軍(茶)。父老相傳以爲美談。余昔少年爲客。時方仲春。
山茶盛開。留賞半日。猶以爲未足。祇是軒楹低小。枝葉交加。 『김해읍지』1929년판, '불우'조에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기고 있으나 '차茶자'가 덧붙여져 '장군차'라는 다호가 만들
어졌음을 알 수 있다.
1929년판 『김해읍지』의 범례에 따르면 『김해읍지』는 인조 경오년(1630)에 처음 편성되었고 순조 임진년
(1832)에 증보판을 내고 1929년에 속간한 것으로 나온다.
즉, 장군차라는 명칭은 빠르면 17세기부터 그리고 늦어도 19세기에는 이러한 명칭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이는 19세기말 이종기(李種杞 1837- 1902)의 시「금강영차」에서 확인된다.
金剛谷裏産靈茶 금강곡 안에서는 신령스런 차가 나는데
煎出槍旗味烈佳 그 창과 기를 다려내니 맛이 아름답구나
誤把將軍留俗號 잘못하여 장군이란 속된 이름 주었는가
不如含馥老巖하(谷+牙) 향기를 머금은 노암의 깊이란 이름보다 같지 못하지
茶一名將軍茶以其有力故也 (차는 일명 장군차라고 한다. 차나무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금강영차(金剛靈茶)」 『만구선생문집(晩求先生文集)』
여기까지 조사를 하고보니 김해지역의 차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더욱 묘연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풍토에서는 특이한 대엽종 품종이다보니 궁금하기가 더하다.
대엽종 차나무의 찻잎을 이용해 차를 마시는 유목민의 차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 몽골의 차문화
차는 몽골의 유목민에게 없어서는 안될 주요 식품이다. 몽골의 차는 '수테차'라 부르는데 유목민의 하루
일상이 수테차로 시작해 수테차로 끝난다고 할 정도로 즐겨 마신다.
그들은 수테차를 통해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얻고, 몸안의 나쁜 지방과 기름기를 제거한다.
차를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중독에 가까운 몽골인의 습관은 일본 원정을 위해 고려에 주둔하던 몽골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수테차는 기본적으로 말젖이나 양젖과 같은 동물의 우유에 찻잎을 넣어 같이 끓인다. 물로만 우려내는
소엽종의 고려차로는 맛과 향이 약해 몽골인의 기호를 맞추기가 힘들다. 그래서 강하고 거친맛을 내는
대엽종의 차가 필요했다. 한편,몽골의 전쟁방식은 보급품에 있어 현지조달을 우선으로 한다. 보급부대를
없앰으로 기동력을 높이려 했기 때문이다. 이는 몽골이 다른 지역이나 나라를 점령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몽골에서 '아락'이라 부르던 증류식 술이 '소주'라는 이름으로, 또 몽골의 조랑말이 제주도의 특산물로
남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수십년간 정착했던 몽골인의 문화 흔적이 한반도 곳곳에 남은 이유다.
당시 고려에서 마시던 차는 '단차'라 하여 덩이차를 마셨다. 이것은 보이차와 같이 후발효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증기로 쪄낸 녹차상태의 찻잎을 뭉쳐 만든 것이기 때문에 쓰고 떫은 맛이 강해, 마시기 전 불에
구워 떫은 맛을 없애고 맷돌로 갈아서 찻가루에 끓는 물을 부어 마시는 방식의 차茶였다.
찻잎이 억셀수록 그 맛이 아주 쓰고 떫었기 때문에 고급단차는 아주 어린 찻잎이나 촉으로만 만들었다.
송나라 황제들이 애용하던 용봉단차는 한 근(500g)의 차에 수십만개의 찻잎이 들어갔다.같은 무게의 단차에
찻잎이 많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고급차이다. 대엽종은 소엽종보다 쓴맛과 떫은 맛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이런 단차용 찻잎으론 맞지 않는다. 또, 황차나 청차와 같은 찻잎을 발효시켜 마시는 발효차는 명나라 말기인
16C 이후에 개발된 것으로 고려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고려에서 대엽종의 차나무를 일부러 키울 이유는 없었다. 이는 조선 초에도 마찬가지였다.
쓰고 떫은 맛이 강한 대엽종 차나무로는 녹차를 만들기 힘들다. 그랬기에 조선초기의 문헌들에 김해지역은
토산품에서 차가 빠져 있는 것이다. 대엽종의 차나무가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조선후기 병자호란 이후일
것으로 추측된다. '천지차'라 불리는 후발효 덩이차가 청나라에 조공품으로 많은 양이 필요했고, 이때부터
김해지역의 차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상과 같은 역사적 사실과 추론을 통해 본다면 김해지역의 대엽종 차나무는 고려시대 몽골의 주둔병사들의
필요에 의해 조성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 강한 맛과 억센 기운으로 인해 충렬왕의 일화가
덧붙여지며 대엽종 차나무에 '장군차'라는 다호가 붙은 것이리라.
강건하고 진취적인 역사만이 훌륭한 역사는 아니다. 유구한 역사나 광대한 영토만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일도
아니다.타율적이고 외세에 예속된 역사를 외면할 필요도 없고, 외세의 지배를 받던 우리 역사를 부정해서도
안된다. 민족주의나 민족사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한다 해도 중요한 것은 최소한 우리가 우리 역사를 정면
으로 직시할 수는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해 장군차는 우리에게 역사가 내리는 교훈이자 선물인 것이다.
<완>
※ 참고자료
1.몽골의 차문화는 보통 12세기 이후에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때에도 지금과 같이 수테차를 마셨는
지에 대해서는 연구된바가 없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9세기에 이미 요나라와 금나라 그리고 몽골에
의해 중국 북부지방이 지배권역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차를 마시는 문화가 전해졌으리
라고 본다. 고려에 주둔했던 몽골의 병사들은 주로 중국 북부지역을 통해 들어온 병사들이었기에 차를 마시는
문화에 익숙했던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 커피란 음료가 들어온 것이 불과 100년 안팎이고, 실제 커피가 대중적으로 보급된 것이 50년
안팎에 불과하다는 사실속에서 문화가 가진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낀다면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이다.
2.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녹차의 경우엔 그 이름이 '작설차'로, 발효차의 경우엔 '천지차'로 구분
되어 기술되고 있다. 천지차는 병자호란 이후인 조선후기에 그 기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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