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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3가지 방법으로 담근 - 매실식초
이름 : 하동댁 2010-11-24 14:10:27, 조회 : 1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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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생매실을 마지막으로 갈무리 하던 6월 넷째 주 어느 날이에요.
잔바람도 없이 공기는 물방울마저 가득 머금어
매실 따는 몸에 굵은 땀이 쉴새없이 솟구쳤던 초여름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올해는 지난 몇 년간 실험삼아 담갔었던 매실식초 만드는 여러 방법 중
가장 마음에 들던 세 가지 방법을 뽑아 예년보다 양을 조금 늘려 항아리에 담그기로 했지요.
그때 기왕이면 관찰기록을 사진으로 남겨놓을 생각으로 유리병에도 각각 담가놓은 후
창가에 늘어놓고는 틈만나면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변해가는 모양을 들여다 보곤 했어요.
그런 제 모습이 식구들 눈에 띌 때면 "어느 게 식초고 누가 사람인지 깜빡 속겠다"며
절대 우습지 못한 농담을 참 천연스럽게도 반복해서 건네곤 했었는데.

화르르 끓는 제 성격으로 식초가 다 될때까지 또 어찌 기다릴까, 안달을 부렸지만
어느새 나뭇가지 앙상해지도록 5개월을 넘겼군요.
매실식초는 세월따라 저절로
깊이 익었습니다.











매실식초 담그는 첫번째 방법 - 황매실 : 매실원 = 3 : 1

수 년간 반복적으로 담가본 결과 이 방법으로 매실식초를 담갔을 때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맛이 가장 뛰어났어요.

만일 누군가 제게,
단 한가지 방법만으로 매실식초를 담가야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언제나 일체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이 방법, 이라고 답할 겁니다.

그래도 이런 질문은 생각만 해도 눈앞이 아득해지네요.
그럴 일 없이 앞으로도 마음껏 실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 진짜 다행이야 싶어
슬쩍 안도의 한숨까지 쉬면서...^^;












매실식초 담그는 첫번째 방법 - 황매실 : 매실원 = 3 : 1
담근 지 열흘째 되던 날 찍은 사진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생매실에
항아리에서 2년이상 숙성시킨 매실원을 무게비율로 3 : 1 로 맞추어 부었습니다.

첫날부터 활발한 효모의 작용으로 찐덕한 잔거품이 말도 못하게 일더니
이즈음엔 무슨 생맥주의 거품 따라놓은 것처럼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어요.
이때 병뚜껑을 꽉 닫아놓으면 실제로도 폭발할 수 있기에
가스가 빠지기 용이하도록 병뚜껑은 슬쩍 열어놓아야 했습니다.
병속에서 매실 익는 새큼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초파리도 잔치하겠다고 막 달려들기 시작.
가스 빼겠다고 열어놓은 뚜껑 사이로 초파리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으니
탄산가스가 어느정도 빠졌겠다 싶으면 얼른 닫아놓기를, 하루에 두어차례 반복했네요.

생매실과 매실원의 무게를 굳이 3 : 1로 잡은 이유는,
평소에 천연효모를 기를 때 물과 매실원을 바로 이 비율로 해서 키우며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이에요.
매실효모를 적당한 환경에서 끈기있게 키우면 이또한 식초가 되는 실험으로 이미 여러차례 경험도 해봤고요.
(매실효모수를 이용한 매실식초 만드는 법 보러가기 ==>)

여기서는 물 대신 생매실로 대체하여 숙성된 매실원의 깊은 맛과 달콤한 향기,
거기에 생기 가득한 생매실의 짜릿한 새콤함을 조금 더 얻고 싶었습니다.











매실식초 담그는 두 번째 방법 - 황매실 : 매실효모수 = 3 : 1

이번엔 연두빛과 노란빛의 중간 정도로 익은 생매실에
왕성하게 거품이 일어나던 매실효모수를 무게비율 맞춰 섞어서 담근 또 다른 방법의 매실식초예요.
사진은 담근 지 이틀 후에 찍었음.

매실효모수는 신선한 물과 매실원을 3 : 1의 무게로 계량해 혼합 후 약 5일간 발효시킨 것으로
첫번째 방법에 비해 매실원 보다 수분량이 상당히 많아요.
생매실을 대신해서 물의 비율을 이만큼 더 높였을 때는 식초의 성공률이 저조했던 경험이 많은 반면에
생매실은 자체의 영양분을 비롯해 자연 그대로에서 얻은 효모의 도움으로 바로 질 좋은 식초가 나오더군요.

사실 생과일은 자체의 영양과 수분, 당분만으로도 효모를 키울 수 있고
술로 발효되었다가 마지막으로 자연스럽게 식초로 마무리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천연식초 중에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사과나 포도식초, 감식초를 대표로 들 수 있겠네요.

그러나 매실은 이 부분에서 너무 어려웠어요.
더러 생매실만으로 설탕 한 톨 섞지 않고도 천연식초를 잘 만들 수 있다는 다른 사람의 경험도 접하기는 했지만
어쩐 일인지 저는 생매실만 갖고는 할 때마다 번번히 실패를 하고 말았네요.
식초가 되기는 커녕 썩기만 하니 아마 제 경험으로는 앞으로 10 년쯤은 더 실패를 해야
비로소 성공을 맛볼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합니다.
뭐 괜찮아요.
해마다 담그는 식초 가운데 그래도 애끓이는 것 몇가지는 있어야 열정도 식지 않을 테고 말이죠.











매실식초 담그는 두 번째 방법 - 황매실 : 매실효모수 = 3 : 1
담근 지 닷새 후의 사진


격렬한 효모의 활동으로 하얀거품 끓어오르고
매실도 조용히 오르락 내리락 요동치는 시절.  

잠깐 뚜껑 열어놓은 사이 이번에도 초파리 쫒느라 정신없었네요.
식초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요,
초파리라고 하면 불결한 생각부터 떠오르곤 하잖아요.
그런데 실상은 초파리가 초산균을 옮기는 전령 역할을 한다는군요.
공중에 떠다니는 초산균의 대부분을 초파리가 옮겨다 준다더라고요.
그러니까 식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산균이 반드시 필요하고
초산균은 초파리의 도움 없이는 공기 중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 하다는 이야긴데,
식초를 만들지 않았던 시절에는 초파리를 고작 만난다는 곳이 음식물 쓰레기 주변이었으니
초파리에 대해서 더러운 해충이라고 오해를 할 수 밖에요.

그러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음식물 쓰레기 주변에서 초파리를 만나는 일도 당연하다 느껴지네요.
음식물 쓰레기 역시 시골에서는 더없이 귀한 퇴비의 재료인데
되도록이면 완벽하게 흙 속에 녹여야(?) 좋은 유기비료가 되거든요.
음식물 쓰레기가 흙속에서 녹아 흙이 되려면 흙속의 수많은 미생물과 벌레, 곤충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때 초파리가 음식물 쓰레기에 초산균을 묻혀 놓는다면 음식물 쓰레기는 초산균의 도움으로
발효에 가속이 붙는 거죠.
결국 발효퇴비도 초파리의 도움 없이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겠구나, 짐작하게 됩니다.










매실식초 담그는 세 번째 방법 - 생매실에 매실와인 가득 채우기

이 방법에 시도하기 위해서는 2년 전에 만들어 숙성시켜 두었던
매실와인이 필요했어요.
매실와인은 쉽게 말하자면 매실주, 매실술인데 만드는 방법은
천연효모수 만드는 법과 같습니다.

물과 매실원을 3 : 1의 무게비율로 섞어 천연효모를 풍성하게 키우다가
천연효모가 자신이 먹이로 삼아 발효를 일으키던 당분을 다 먹어치울 즈음
호기성 세균인 초산균이 붙지 못하도록 재빨리 밀폐를 시킴으로 매실와인이 완성되지요.

이렇게 되면 알콜 도수가 높게는 약 13% 정도까지 올라가면서
더이상의 먹이(당분)가 없어 대부분은 굶어죽고
겨우 목숨을 연명하며 그때까지 남아있던 소량의 천연효모마저
높은 알코올이 질식사 시켜버립니다.

이 상태 그대로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여 2년을 두었던 걸 이번 여름에 개봉했는데
맛이 쩡! 하다고 할까요.
당도가 약간 높았었던지 그에 비례해 알콜도수도 평소보다 약간 높게 나와
일반적인 포도와인 마셨을 때 보다 취기가 빨리 오르더라고요.
약 6리터 정도 완성 된 드라이한 매실와인은
향기가 그윽하네, 목넘이 시원하네, 마시고 난 뒷끝이 깔끔하네, 하며 평도 좋았는데
술 보다는 식초가 몸에 더 좋지않겠느냐며 식구들을 달래 작은 단지에 부어
매실식초 만드는 데 과감하게 전량을 사용했어요.










매실식초 담그는 세 번째 방법 - 생매실에 매실와인 가득 채우기
담근 지 사흘째 찍은 사진


충분히 숙성 된 매실와인만 준비되었다면 식초 만드는 것은 정말 일도 아닙니다.
적당히 익어 향기마저 무르익은 생매실을 병에 가득 채운 후
매실와인을 병의 80%까지 붓기만 하면 되거든요.

이 윗사진에서와 같이 발효가 완벽하게 끝나 잠잠하기만 하던 매실와인도
싱싱한 생과일과 만나니 다시금 생명이 꿈틀대기 시작하는군요.
보세요, 효모 쌔근쌔근 숨 쉬는 것 좀.
자잘한 거품이 정말 귀엽지 않나요?^^  










매실식초 담근 지 5개월 - 완성(1)

그렇게 열정적으로 끓던 사연들이 이젠 모두 잔잔한 호수 같아요.
부글거리던 거품은 한 방울도 남지 않았고,
위로 떠올랐던 매실도 차분히 가라앉았고,
안개낀 듯 뿌옇던 액체도 오렌지 맑은 빛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식구 수가 늘었어요.
도중에 거품이 끓어넘칠 뻔한 것들을 한 번 나누어야만 했거든요.










매실식초 담근 지 5개월 - 완성(2)

왼쪽부터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방법으로 만든 매실식초예요.
이 순서는 담가 먹기 쉬운 순서이기도 합니다.

사실 두번째 방법은
잡균의 침범없이 천연효모수를 깔끔한 맛으로 완성시켜야 하는 선 작업이 조금 까다롭고,

세번째 방법은 두번째 방법에 계속 이어져 나오는 결과물이지만 깜빡 신경을 덜 기울였다가는
타이밍을 놓쳐 바로 식초를 만들어버리게 되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식초 보다 성공하기가 더 어려운 매실와인으로 굳이 식초로 만드는 것은 좀 무모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예요.)

그러니 세번째 방법은 매실효소 ->천연효모->술 ->식초에 이르는 전과정을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관여할 수 있을만큼 경험이 바탕이 된 후에야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각각의 매실식초를 조금씩 덜어 색상을 비교해 볼까요?

A(첫번째 방법 - 황매실 : 매실원 = 3 : 1)가 가장 선명한 오렌지빛이고
B(세 번째 방법 - 생매실에 매실와인 가득 채우기)가 그 다음,
C(두 번째 방법 - 황매실 : 매실효모수 = 3 : 1)는 레몬빛을 살짝 띄며 셋 중 가장 연해요.

식초 색의 진한 정도는 또한 맛의 진하기와 일치합니다.
마셔 봤을 때의 산미는 셋 모두 입이 저절로 오무러들 정도로 쌔콤하고
입안에서 퍼지는 신선하고 향긋한 매실의 향미 또한 모두 만족스럽게 나와주었다는 공통점 외에

매실원을 부어 첫번째 방법으로 만든 식초의 점성이 사뭇 다릅니다.
매실원 보다는 묽지만 젤리가 액체 상태일 때와 비슷한 찰랑거림(?)이 보여요.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 되었지만요.
오래 묵힌 발사믹 식초와는 조금 다른 찐덕함과 함께
비벼보면 약간의 미끌거림과 뽀드득함이 동시에 느껴지고요.










바깥에 있던 식구들은 각각 어떤 식초가 좋다고 하려나,
궁금해서 물어보러 식초 들고 나갑니다.


어머니와 저하고 동생, 이렇게 세 식구는
짙은 과일향, 풍만할 정도로 입속에서 퍼지는 감미와 산미가 조화로운
첫번째 방법의 식초를 가장 마음에 들어했고

남편은
좀 더 부드러운 맛, 순하게 깔끔해서 물에 타지 않고 바로 마시기에도 좋은
효모수 부어만든 두번째 방법의 식초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하네요.  
식초 색도 제일 옅어 레몬빛이 난다고 이게 좋다하고,
우리는 또 환타색 짙은 첫번째가 더 멋지다 하고.

매실와인 식초는 누구에게도 따로 선택받지는 못했지만
맛이 매우 안정감있고 탄탄해서 만일 블랜딩을 한다면 베이스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
그래서...






세 가지 식초를 섞어 맛을 봤더니 올레~!














향수로 치자면 베이스와 미들, 탑노트가 적절하게 조합되도록
섞어 걸러서















가족 모두의 입맛을 골고루 만족시킬만한
우리집표 매실식초 드디어 완성이에요.^^

주연
와..기다림의 미학이라는게 이런거겠지??
"미"자가 '아름다울 미'가 아니라 '맛 미'인게 확실해..ㅎㅎ
난 참 편리하게 사는 것 같아..
호정이가 오랜시간 정성들여 다 실험해주면 난 레시피만 덥석 받아먹기만....
보기만해도 상큼상큼~~~
저절로 막 예뻐지는 느낌이야..^^
2010-11-24
21:52:23



하동댁
하하하~기다림의 맛학!!
확 와닿는데~!!^^

내 경험이 주연이한테도 요긴하다면 나야 진정 영광이지.
천연식초 잘 만들어 열심히 챙겨 먹으면 실제로도 막 예뻐진다잖어?
어디 진짠지 어떤지 나부터 해볼테니 두고 보라구.ㅎㅎ~
2010-11-25
19:49:09

 


소영
정말 수년간의 노력과 실험들과 실패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는 식초들을
편안히 앉아 글과 사진으로만 바라 보고 있자니...!!!
이런 문명의 시대에 태어남이 참으로 감사하기만 하네요.
고래적 같았으면 스승님께 항아리 닦는 것부터 시작해 이제 겨우 매실 씻는 걸 배워 보려나요? ㅎㅎ

요즘 걱정없이 너무나 편안하게 살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소비적인 삶을 즐기는 건 아닌가 뜨끔하던 차에 따끔한 회초리 같기도 해요.
그래도 매실식초 맛은 보고 싶다요~ ㅋㅋㅋ
2010-12-02
12:42:14



기숙
와, 요리연구가가 따로 없네요. 아마도 로아차의 제품들이 이런 다양한 연구와 임상실험(!)을 거쳐 이루어진 것들이어서 좋은가봐요. ^^
식초하나 만들어지는데에도 이런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니, 다시금 제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2010-12-02
21:49:39



하동댁
소영 씨~
어떤 것도 아쉬울 것 없는 문명의 시대를 누리는 덕에 시간의 품을 빌려가며
번거로운 일에도 이처럼 매달려 볼 수 있으니 저로서는 참 다행이에요.^^
세월이 식초를 다독여 부드러운 맛으로 돌려주셨으니 이것은 '그냥 식초' 맛만은 아니지요?
발효식품 만드는 일은 삶은 풍부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어요.
푹 빠지고 나니 더 깊어지고 싶은 마음 절실하네요, 점점...ㅎ~

기숙 님~
번잡함으로 부터 멀리 살다보니 여유로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시간은 열흘이 꼭 하루만 같아요.
식초도 마치 지난 달쯤 만든것 같은데 어느절에 다섯 달이나 지났나, 저도 신기합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2010-12-03
20:57:41

 


미연
워낙 신맛을 좋아하는터라 보고만 있어도 입에 침이 고이네요~
예전에 알려주신 초콩 맛있게 해 먹었는데 이걸로 초콩을 만든다면.. 음~
저 식초 시음회에 초대받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ㅎㅎ
2010-12-05
19:52:43



하동댁
미연 님~
식초 시음회 열게되면
제일 먼저 미연 님 부터 챙기겠습니닷! ^^>
2010-12-06
18:04:13

 


빙그레
지인으로 부터 식초를 늘 상시음용하면 예뻐진다는데
아직껏 실천하지 못하고 있네요 ~
2011-01-06
13:42:45

 


하동댁
빙그레 님~
이번 기회에 식초로 예뻐지기에 함께 도전해 볼까요?^^
2011-01-07
03:27:00

 


구태근
53세된 세월을 사라가는 사람입니다 이제막 이런사항들에 호기심을갖게되었습니다 많은 조언부탁드립니다 2016-04-05
0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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