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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매실초콩 담그기와 잘 먹는 요령
이름 : 하동댁 2012-06-11 13:48:19, 조회 : 7,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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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에서 푹 익은 매실식초


초봄에 마지막으로 청국장을 띄워 냉동실을 채운 뒤엔
슬슬 초콩 담글 준비를 하곤 합니다.
한창 일하는 철에는 늘상 근육도 뻐근하고 입맛도 잃기 쉬워지는데
새콤한 초콩을 먹으면 기운이 나면서 뭉친 피로가 조금은 쉽게 풀리는 효과를 보거든요.
그러니 겨울이 돌아와 다시 청국장을 띄워야 하기 전까지는
초콩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친교 모임에 나갔을 때 어쩌다 초콩 얘기가 나왔기에, 우리식구들은 초콩을 잘 먹는다고 했더니
모두들 무척 신기해 하더라고요.
초콩 좋다는 사실은 다 알면서도 그 맛이 역겨워 먹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들 하면서 말이지요.
사실 이런 얘기 들으면 마음이 아려와요.
우리야 말로 그런 야릇한 경험 속에서 오래도록 헤매이던 사람들인지라...ㅎㅎ
나름대로의 맛난 초콩을 위한 비법을 풀다가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한 반응에 힘입어
내친 김에 기록까지 해봅니다.

혹시라도 초콩에 관심은 있지만
콩 비린내라든가 혐오스러울 정도의 신맛이 두려워 만들기를 주저하는 분이 계시다면
저희집 초콩 담그는 법을 관심있게 보아 주세요.
맛있게 담가 더 잘 먹을 수 있는 요령 몇 가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초콩 재료 : 매실식초, 서리태, 매실원


- 맛있는 초콩을 만들기 위해서는 뭐니뭐니 해도 식초가 맛있어야 해요.
두 말하면 잔소리지만 식초가 초콩의 맛을 좌우한다는 건 100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발효하고 숙성시킨 천연식초 가운데 곡물식초, 감식초, 사과식초, 매실식초 등
취향과 형편에 맞게 골라 사용하면 되겠습니다.
저희는 매실식초 담그기가 아무래도 수월해서 몇 년에 걸쳐 담가 모았더니 큰 항아리로 그득하네요.
많아서 이걸 사용하기도 하지만 매실식초는 특히나 구연산이 풍부하여 콩의 칼슘 흡수에도 탁월하거든요.
게다가 천연 식초만의 부드러움이 위를 자극하지 않아
먹고 나서 속이 한결 편해지는 것도 매실식초가 가진 매력이에요.

- 서리태
서리태는 서리 맞은 후에 거둔다고 해서 이름 붙인 검은콩인데
껍질은 까매도 속은 연두빛이 나는, 일반 검정콩과는 다른 종자예요.
콩이 더 찰지고 맛도 달아서 초콩 담글 때 꼭 서리태를 고집합니다.

초콩을 담그기 전에 서리태는
벌레먹은 것을 가려내고
콩이 물에 불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찬물로 여러차례, 재빠르게 씻은 후
볕 좋은 곳에 내다놓고 물기를 바짝 말려 준비해요.
이렇게 콩의 수분 함량을 낮추는 건 초콩 익는 과정 중 더이상의 발효를 막기 위함으로
초콩의 깨끗한 맛을 끝까지 유지하려면 콩 잘 말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 매실원
매실원 넣는 것과 넣지 않은 초콩 맛은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까요?
초콩이란 원래 찌르는 듯한 신맛이 특징 아닌가? 하는 고정관념은
매실원을 넣었을 때 저절로 깨지고야 마니까요.
콩의 고소한 맛에, 식초의 새콤한 맛, 거기에 매실원의 달콤함이 보태지면
기울어 있던 부담스러운 맛이 동글동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답니다.
맛있어지는 거죠.
향기는 또 얼마나 좋아지게요.
차가운 꽃샘 추위 속에서 피어난 고아한 꽃, 매화를 연상하게 만드는 바로 그 향이에요.
초콩에 어우러진 매화의 향기라니...설레이지 않나요?^^








초콩 담글 재료를 모두 갖추었다면 그 다음부턴 정말 간단해요.

- 우선 깨끗한 용기에, 콩을 용기의 반이 조금 안 되도록 담고
- 식초를 콩이 꼴깍 잠기도록 붓는다.
- 매실원은 콩 위로 약 2cm 정도 올라올 정도로 첨가한다.
- 하루가 지나면 콩이 불어 그릇에 그득해지는데 촛물이 모두 흡수되어 빡빡하거든
  몇 번이고 식초를 더 채워 반드시 콩이 흥건하게 잠긴 상태를 유지시킨다.
- 가끔 위와 아래가 섞이도록 나무 주걱으로 젓는다.
- 직사광선을 피해 1 개월 이상 푹 익힌다.
- 보관은 서늘한 곳이라면 실온에서, 3 개월이 지나면 냉장보관 하는 편이 안전하다.

*주의 : 산도가 많이 낮은 천연식초로 담글 경우 초콩에 부글부글 거품이 일며
           새롭게 발효가 진행되기도 하는데 상하는 것은 아니나 기대한 맛을 잃을 수 있으니
           거품이 보이면 담근 다음 날이라도 즉시 냉장보관!

한 달이 지나 맛을 보아 조금이라도 비린맛이 난다면 아직 덜 익었다고 생각하면 맞아요.
완전히 숙성된 초콩은 비린맛이 전혀 없이 새콤 달콤 고소하여
마치 말린 과일 먹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담근 날짜에 연연하지 말고 비린맛이 나지 않을 때를 완성 시점으로 봅니다.
제가 작년에 초콩을 만들어 눈 딱 감고 1년을 묵혀 봤어요.
물론 냉장고에 보관을 했지만 맛이 정말 깔끔하더라고요.
사실 그 전에는 여기저기서 배운대로 일주일이면 초콩이 완성 된 줄 알고 먹곤 했었는데
아무래도 일주일은 먹기에 조금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많았거든요.
맛은 둘째치고 역시 날콩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요.
이런 결점은 확실히 시간을 여유롭게 두고 느리게 숙성시키는 것이 답이더군요.
(만일 사정이 있어 조금 빨리 초콩을 익혀야 한다면 또 방법이 있어요.
담근 지 보름정도 지난 후에 부어 두었던 식초와 함께 콩을 믹서기에다 곱게 갈아서 익히면 좀 더 간단합니다)









4월 13일에 담가서 5월 15일쯤 개봉한 초콩

요즘 같이 온도가 높은 계절엔
한 달이면 초콩이 제대로 맛이 납니다.
어른의 경우 보통 하루에 30 알쯤 먹는 것이 적당하다는데 이만큼이 딱 30 알이에요.
(세어 보고, 이거 20 알 좀 넘는구만, 할 분 계시려나요? 보이는 콩 아래로 여러 알 숨었습니다.
밥 숟가락으로 넘치도록 한 개를 뜨면 대략 맞아 떨어지니까,
30 알을 언제 세어먹나, 한숨 쉴 일은 아니고...^^;)













식구 4 명 분으로 120 알도 세어봤더니 이만큼

초콩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야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양이지만
시작하는 단계라면 제법 부담스러운 양이기도 해요.
식사 후 마다 각각 10 알씩 후식으로 먹는 방법도 있지만
이건 꼭 약 챙겨 먹는 기분이라 도중에 흐지부지 되는 수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다음과 같이 먹는 방법을 바꾸어 활용해보니
먹은 줄도 모르게 금세 동이나네요.

















초콩을 식초와 콩으로 분리해서
식초는 갈증날 때 조금씩 덜어 찬물 붓고 얼음 띄워 '마시는 콩식초' 로 사용하고,
콩은 분쇄기 칼날이 돌아갈 만큼만 매실원을 첨가해 보드랍게 갈아줍니다.


















편의상 이것을 <초콩 페이스트> 라고 부르겠습니다.

묽기가 페이스트 정도라 사용할 때 흐르지 않아 깔끔해요.
적당한 병에 옮겨 담아 실온에 두고 사용하는데
날씨가 더워지며 도중에 조밀한 거품이 보이기 시작하면 냉장보관 합니다.



















<초콩 페이스트> 즐기기 - 고춧가루 양념
마늘맛간장 + 초콩 페이스트 + 참기름 한 방울


















위의 드레싱으로 텃밭 채소 무쳐먹기.


















뜨락을 점령한 비름나물도 <초콩 페이스트> 넣어 조물조물...

양념한 막장 + 초콩 페이스트 + 아마씨앗 가루 + 참기름 한 방울
또는,
된장 + 마늘맛간장 + 매실 고추장 + 초콩 페이스트 + 호두 아몬드 올리브오일


















크림치즈에 <초콩 페이스트> 를 넣고 도깨비 방망이 뚝딱뚝닥!
베이킹용 블록 크림치즈 +  우메보시 + 매실원 + 아마씨앗 가루 + 초콩 페이스트

발라먹는 초콩 크림치즈는 정말 상큼하고 뒷맛 개운해서
차갑게 먹으면 아이스크림이 부럽지 않아요.

















초콩 크림치즈,
더운 계절 빵반찬으로 만점이에요~

















쑥가루 탈 때도 <초콩 페이스트> 한 숟갈 듬뿍 넣어요.
쑥가루 4 숟갈 + 생들깨가루 1 숟갈 + 초콩 페이스트 1 숟갈 + 신선한 물 + 매실원

한낮 출출할 때 시원하게 타서 식구들에게 한 잔씩 쫙 돌리면 반가워하며 마시는
우리가족 매일 건강음료예요.




















아침마다 식사로 마시는 에너지 주스에도 <초콩 페이스트> 를 조금씩 섞어
더욱 신선하게 마시고요,

에너지 주스 만드는 법은 여기

















집에서 만든 떠먹는 요구르트에도
<초콩 페이스트> 를 섞어 산뜻하고 개운하게 즐겨요.




















이번엔 가벼운 안토시아닌 드레싱(만드는 법)
<초콩 페이스트>를 더해 맛을 좀 더 진하게 만든 것이에요.

아, 양파도 다져 넣어 감칠맛도 높이고요.

















위에서 만들어 놓은
초콩 드레싱으로 버무린 샐러드 밥상. 아니 빵상.^^


















끝내 접시에 고여있던 초콩 드레싱 남은 것까지 싹 마시고야 끝이났던
어느날의 점심상 정경.



















<초콩 페이스트> 첨가한 타르타르 소스도 식구들에게 한껏 사랑을 받았습니다.
타르타르 소스는 늘상 만들던 방법 (보러가기) 에서
매실피클 대신 우메보시를 다져 넣은 것과 <초콩 페이스트>를 첨가한 것이 다른 점이지만
맛은 한층 풍부했어요.


















위에서 만든 타르타르 소스는
샐러드 채소를 버무려도 맛이 좋아요.



















타르타르 소스로 버무린 샐러드는 새우튀김에 곁들여
감동적인 앙상블을 이루었답니다.


















한 상 차려서...


















잘 먹고나니
사는 게 이러면 됐지...
...흡족하던 그 시간이 여운 되어 미소가 피어나네요. ^^


초콩 먹는 요령을 소개하다 보니 문득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만들어서 먼저 맛을 보고 괜찮으면 추가해서 소개드리도록 하지요.
초콩은 위에서 보셨다시피
단독으로 먹기보다 응용하여 요리에 활용할 때 훨씬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어요.
이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의 개성대로 초콩 먹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 보시길 바랍니다.
멋진 레서피를 완성 하시거든 제게 전수도 좀 해주시고요.^^

고사리
아침부터 꼬르륵..꼬르륵~ ㅠ.ㅠ
언제나 궁둥이 들이밀고 낑겨 앉고 싶은 밥상이예요.
한 달 이면 먹을 수 있다구요? 1년 보다야 낫지만 그래도 어케참지요 ㅜㅜ 요즘 텃밭채소로 매실소스+들깨가루 뿌려서 먹고 있는데 물리던 참이였어요.
당장 서리태 사러 갑니다 ㅎㅎ
2012-06-12
09:46:28



하동댁
어머, 소녀 님 오랜만~~~^^/
초콩은 만들어만 놓으면 시간 정말 잘 가요.
받아놓은 날짜만큼 빠른 게 없다는 말 몇 번 되뇌이다 보면 어느새라니까요. 진짜로~!!!ㅎㅎ
<초콩 페이스트>는 매실효소랑 세트로 묶어서 설탕과 식초 들어가는 곳마다 넣으면
먹을 때 마다 뿌듯할 거예요.
재미나게 만들어 맛나게 즐기시구랴.^^
2012-06-12
19:25:00

 


만나
콩의 비린 맛 때문에 콩을 볶아서 해보니
조금 나아서 역시 맛은 없지만 그렇게 먹있어요
효과는 몸에 좋은 것을 느낍니다
이렇게 좋은 레시피를 배울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좋은 먹을거리 좋은 경험 나누시는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많은 분들이 초콩 활용하여 드시고
온 세상이 마음도 몸도 생각도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2012-06-13
20:24:00



이지연
너무너무 재미있고 창조적인 레시피 감사합니다 2012-06-14
18:34:50



하동댁
만나 님~
초콩이 잘만 익는다면 콩을 볶았을 때 보다 확실히 맛이 좋아요.
물론 까만콩의 안토시아닌 빨간빛도 제대로 맑게 우러나고요.
만나 님의 격려에 글 올린 보람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이지연 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2012-06-14
20:39:00

 


소영
아무리 몸에 좋은 거라도 먹기 힘들면 생존에 꼭 필요한 약이 아닌 이상 손이 안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전 신 것도 안좋아하고 콩도 그닥 즐기는 편이 아닌데 이렇게 페이스트 만들어 드레싱이며 음료에 섞어 놓으면 잘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요. ^^
2012-06-16
21:51:16



하동댁
맞아요, 소영 씨~
몸에만 좋다고 맛도 없는 걸 꾸준히 먹는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얘기네요, 우리집에선.ㅋ
맛내기 어려운 재료일 수록 그것이 가진 성질을 이해하고 개성을 끌어낼 방법을 궁리하다보
면 어느 틈에 줄줄이 사탕처럼 맛있는 음식으로 짜잔!짜잔! 태어나 마음과 입을 즐겁게 해주지요.
초콩 페이스트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보람있는 먹을거리랍니다.
초콩 드레싱이라면 분명 소영 씨도 샐러드 한 접시, 아니 두 접시라도 싹싹 비울 수 있을
걸요?^^
2012-06-16
23: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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