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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차 - 로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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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4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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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새롭게 물들이며...
이름 : 하동댁 2019-01-01 14:51:29, 조회 :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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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 내려오던 그 해 봄.
인사동에 들렀던 남편이 아내 주려 사왔던 이 옷이 마음에 꼭 들어
20 년 가까이 입었더니 빛이 바랠대로 바래 볼품을 잃었다.
색은 흐려졌어도 곱게 간수하여 어디 한 구석 헤지거나 튿어지진 않았다.
그래도, 다가오는 아버지 생신에  입고 가려 꺼내 들었을 때는 모두 질색을 했다.
궁핍한 티가 온 몸에 줄줄 흘러 친정식구들 마다 가슴 아파 하시겠다며 아서라 했다.








진작부터 마음을 낼 걸...
상경할 날짜가 코앞이라 쉽게 물들이는 방법이 절실했다.
혹시나 이런 것도 팔까 싶어 인터넷 마켓을 뒤져보니 역시나 실망을 안 시키네.
짙은 밤색 염액제를 재빠르게 주문하여








팔팔 끓는 물에
염액제와 같은 양의 소금을 넣어 녹여놓고
여기에 염색약 한 통을 다 부어 휘휘 푼 다음
희끗희끗한 옷을 천천히 넣어 적셨다.

​설명서에는 20 분이면 충분히 물이 든다 써있었지만
20 년 동안 닳은 옷인데 2 시간은 들여야지 싶어
그릇 뚜껑을 덮어 미지근하게  2 시간을 두었다.
오랜만에 마음이 두근두근 설렜다.
천조각 마다 물들이길 즐겼던 아득한 시절이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왈랑왈랑 찬물에 헹구어
쨍한 겨울볕에 이틀간 말리니...








이렇게나 고운 새옷이 되었네.
만감이 교차한다.
다시는 찾지 못할 그리운 시간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기분이랄까.
다가오는 새해는 조금 더  또렷하고 아름답게 물들여질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정이 든 건 생명이 깃들었거나 사소한 것이거나 구분없이
오래도록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해지니, 이것도 늙는다는 징조일까.








지난 해에는 여러모로 즐거웠습니다.
새로운 일을 벌이고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술처럼 장처럼 은근하게 익은 오랜 우정이
우리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주었습니다.

​2019 년에는 지난 해를 바탕으로
돋움닫기를 하겠습니다.
우리 마음의 열정이 더 좋은 차를 만들어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슬처럼 맑고 봄산처럼 향기로운 차를 덖으며
여러분 곁에 늘 함께 하고 싶습니다.
부디 그럴 수 있도록

그곳에서 강건하시기를,
소소하거나 큰 기쁨이 가득한 황금 돼지의 해가 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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