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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자연발효 - 우메보시 호밀빵 100%
이름 : 하동댁 2018-07-09 18:37:57, 조회 : 1,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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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메보시 호밀빵
재료 - 호밀가루, 물,  우메보시 페이스트

호밀가루에 물을 넉넉히 섞어 호밀액종을 만든 후
시간 상관 없이 거품이 생길 때까지 이따금 내용물을 젓습니다.


여름방학 맞으면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시간에 종종거리지 않고 마냥 느긋하게 빵 좀 구워보는 거였어요.
그런데 막상 방학인데...이번엔 엄청난 무더위에, 쫓기듯 부푸는 빵반죽 눈치 보느라 허겁지겁 작업을 이어가네요.  
그래도 치열한 봄을 건너 맞이한 이 여름이 아삭아삭, 달콤새콤 하군요.^^







호밀액종에 거품이 보각보각 괴거든
우메보시 페이스트를 첨가하여 간을 함과 동시에
우리집 호밀빵만의 풍미에 색을 입혀요.


방학을 기념하는 첫번째 타자로
호밀가루를 물에 풀어 호밀 발효종을 만듭니다.
100% 호밀빵을 구우려해요.

늘 그렇듯 이번에도 레시피 없이 몸으로 익힌 감각으로만 발효를 시작합니다.

발효를 관장하는 효모는 딱 3 가지 조건만 만족하면 어떠한 경우에 처해도 반드시 발효를 일으켜요.
그 조건이란 즉 <영양과 습도, 온도> 를 일컫습니다.

밀가루를 비롯한 반죽의 재료는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한 영양 덩어리니
여기에 수분을 더한 다음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나면

다음 단계부턴 공기 중에 떠다니던 온갖 야생 효모들이
밀가루에 붙어있던 효모들과 조우하여 먹자 파티를 벌입니다.
생물의 어느 사회나 그렇듯 먹을 것이 넉넉하면 자손도 번창하잖아요.
야생효모들도 따듯하고 촉촉하고 먹을거리 많은 행복한 반죽 안에서
딸 낳고 또 딸을 낳으며 세를 넓힌답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효모는 부산물로 가스(이산화탄소)를 분출하는데
진반죽 위로 자글자글 귀여운 거품들이 셀 수 없이 떠있거나
가스가 밀가루 단백질인 글루텐 막에 갇혀 반죽이 크게 부푼 것을 보며
우리는 빵반죽이 잘 '발효' 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메보시 페이스트를 더하여
충분히 섞고나면...








반죽은
조청 정도의 점도


빵 만들 준비를 하고보니
여동생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싶어지네요.

지난 겨울 어느날 제 여동생이 전화를 걸어왔어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천연효모를 키우려 해도 번번히 실패를 하니 이제
깨끗하게 두 손 든다고. 그러니 앞으론 언니가 굽는 빵으로 허기진 영혼을 채워 달라나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또  아쉬움이 남아 당장은 인스턴트 이스트를 활용하여 소소하게나마 빵 굽는 재미를 느껴보고도 싶다면서요.
그러면서 동생이 묻더군요.







4 일간 냉장 발효
발효되어 구름처럼 가뿐해진 반죽의 거품


동생 -
누가 그러길 인스턴트 이스트도 천연효모와 다르지 않다는 거야.
그렇게 쉬운 게 무슨 천연효모냐며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건 절대 아닐거라고 막 우겼거든.  
그런데 막상 아닌 이유를 대려니 설명할 재간이 있어야지.
그 사람이나 나나 얻어들은 풍월로 빵 굽기를 시도한 초보들이긴 매한가지라
그녀 역시 인스턴트 이스트가 왜 천연 효모와 다르지 않은지는 설명이
불가능하고. 그러다보니 서로 누구 주장이 옳은지 궁금해지데.
내가 우리 언니한테 물어보고 답해주겠다고 큰소리 쳐놨어.
그 사람 말에 근거가 있긴 있는거야?


나    -
ㅎㅎㅎ자연에서 추출했으니 천연이 절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어.
  
동생 -  
인스턴트 이스트가 천연이면 굳이 천연효모 라는 이름은 왜 따로 불러?







호밀가루를 더하여



나   -  
예를 들면 이래.

야생효모의 세계에서
이제 막 달릴 준비를 마친 100 명의 마라토너가 있다고 치자.
그들이 마라톤에서 드러낼 수 있는 기량은 100 가지로, 제각각 다르겠지?
누구는 우사인 볼트 처럼 처음부터 앞만 보고 초스피드로 달리기만 해.
그런데 누구는 달리다 보라꽃이 예쁘다며 멈춰서 사진 찍는 낭만파도 있고
어떤 애들은 달리는 그 와중에 또 눈이 맞아 사랑에 빠져버리네?

마라톤을 주최하는 쪽에서는 100 인 100 색의 엉뚱발랄한 마라토너들이
빠짐없이 결승점에 들어오는 것을 카운트해야 하니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지루할까!

아무튼 이러저러한 상태에서도 끈기있게 기다리다 보면 100 명의 마라토너가 마침내
차례로 결승점에 도달하는 것을 확인하게 될거야.







묽은 찹쌀떡 반죽 정도로 만듭니다.


한편
인스턴트 이스트 세상에도 100 명의 마라토너들이 달릴 준비를 해.
그런데 시합을 알리는 총소리가 탕! 터지자 마자
100 명이 한결같이 한 방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거야.
어머, 이 선수들 그러고 보니 야생효모 세계에서 1 등 했던 바로 그 우사인 볼트 효모(ㅎ)잖아?
깜짝이야! 100 명의 마라토너가 생김새, 몸체, 성질, 기량할 것 없이 똑같은 100 쌍동이야!
이들은 목적이 오로지 결승점에 도달하는 일이므로 앞뒤옆 살필 겨를따인 애당초 없이 젖먹던 힘까지 짜내 달려서 결국,
100 명이 동시에 1 등으로
골~인!

마라톤 주최측은 더 기다릴 필요 없으니 어우~얼마나 가뿐하겠어?

공상이 지나쳐 비약이 심한 설명이긴 한데 감이 오니?







기다리고
기다리고...


동생 -
아하! 그러니까 결국 인스턴트 이스트는 야생효모 가운데서
가장 빠른 효모만 뽑아 따로 배양해 낸 집단(?) 이라는 말씀?

나 -
아이구~ 내동생 똑똑한 거 봐!
그렇지, 바로 그거야!^^







약 2.5 배
부풀어 올랐어요.


동생 -
그런데 애초에 야생 상태에서도 충분히 효모를 모을 수 있는데 어째서
인스턴트 이스트를 배양한 걸까?

나 -
상업적인 목적이 가장 컸어.

위에서 이야기 했다시피, 마라톤 주최측의 입장에서 본다면
예측할 수 있는 시간에, 100 명이 동시에 들어오는 인스턴트 마라토너들이 관리하기 쉬웠듯이

빵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판매까지 단시간에 끝내기를 원하는 작업자들
혹은 판매자들이라면 누구라도 예측 가능하고 빠른 시간 안에 발효를 마치고 싶지 않았을까?

게다가 그렇게 빠른 발효력 덕분에 너처럼 베이킹에 관심은 높으나
천연효모 기르는 일이 버거웠던  홈베이커들도 접근할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으니 어때? 가히 혁명이라 부를 만하지 않아?^^







새끼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커진 거품.
자라느라 애쓴 흔적


동생 -
듣고보니 정말 그렇네 ㅎㅎㅎ
근데 언니, 천연효모빵을 지칭하는 명칭은 왜 그렇게 많은지 헷갈려서 분간을 못 하겠어.
야생효모 반죽으로 만든 빵을 천연 효모빵이라 부르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호밀가루 첨가


나 -
맞아.
그러니까 대략적인 의미로 봤을 때,

물과 밀가루를 질거나 혹은 되직하게 섞은 반죽에

천연효모 또는 야생효모 즉 와일드 이스트(Wild Yeast)로
자연발효 / 천연발효 하여 얻은 것을
발효종, 르방(Levain), 사워도우(sour dough) 라 부르고

이것을 밑반죽으로 사용하여 구운 빵을
천연효모방, 천연발효빵, 자연발효빵, 사워도우빵 이라고 기억하면 돼.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 달라. 대강 이 정도로 알아 두면 될 것 같아.^^







끈적끈적
찐득~찐득~
그래도 덩어리로 뭉쳐지니 고마울 지경.
하룻밤 냉장발효


동생 -
언니,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천연효모 빵을 전문으로 만들어 파는 빵집 보면 가격이 장난 아니더라구.
그만한 가격을 부담하면서까지 천연효모빵을 먹을 만한 가치는 과연 있다고 봐?







약 1.7 배 부풀었어요.


나 -
나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우선 천연효모를 빵으로 굽기까지는 앞서 설명했듯
100 명의 마라토너가 모두들 무사히 결승점에 다다를 때까지 기다려주는
주최측의 애정과 인내와 끈기로  '시작' 되어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니?

개성이 각각 다른 효모가 제 할 일 제대로 마칠 수 있도록
<영양과 온도와 습도> 를 일일이 살피는 노고가 운 좋게는 3일에서 일주일 정도라도 가능하지만
때로는 15 일 이상을 들여도 부족할 때가 생겨.
이 모든 과정 속에 작업자가 효모들과 온전히 같이 있지 않으면 그나마도 제대로 된 빵으로 성공할 확률이 줄어드는 거지.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감수하면서

베이커가 심혈을 기울여, 구울 빵의 특성에 맞춰 기획한 재료와
그 작업 공간에서 살아가는 특별한 효모들,
반죽 속에 모여든 개성 넘치는 효모들의 <느린 발효> 로 구워진 빵은
세상 어느 곳의  빵과도 비교 할 수 없이 독특한 색깔을 띠게 되지.







발효 중 생겨나는 유기산과 효소를 통해 얻은 풍성한 향기와 풍부한 맛,
오랜 시간을 거쳐 완전히 발효 되었으니 탈 없이 소화도 쑥쑥 잘 되고,
역시 온전한 발효 덕분에 농밀해진 영양빵 한 쪽만으로도 충만하여 과식도 안 하게 돼.

응? 맛있으니까 더 많이 먹게 되지 않느냐고?

그럴 때도 있긴 있지.
그러나 내가 만드는 천연효모빵은 너도 잘 아다시피 통곡물을 바탕으로 하여 재료가 가진 고유의 단맛만이 유일한 단맛인데다,
계란이나 유제품 등속을 더하지 않으니 입에서 좀 거칠게 느껴지곤 하잖아.
이런 빵은 매일 밥상에 올리는 잡곡밥과 같아서 잡곡밥 맛있다고 맨입에 끝없이 먹기 어렵듯 이 빵 또한
모양만 빵인 달달하고 보드러운 빵케이크 만큼 과하게 먹게되진 않더라구.
그 말엔 동의한다고? 그래~ 그렇다니까.ㅎㅎㅎ







잔잔한 거품이 가득 들어찬
호밀반죽의 속살


얘기가 길어졌는데 다시 돌아와 답하자면
이상의 이유로
내가 만일 더이상 천연 효모빵을  굽지 못하는 피치못할 사정에 처한다면
빵에 관한한 나와 가장 비슷한 이상과 취향을 가진 베이커를 찾아
그(또는 그녀)가 굽는 빵에 기꺼이 값을 지불할거야.







틀에 안친 후
윗면에 물을 칠해 매끈하게 다듬어요.







납작귀리 흝뿌려서
가볍게 눌러 붙인 다음







2 배 못 미치게 발효







예열한 오븐에 안쳐
250 도 25 분,
210 도 15 분.







우리집 호밀빵
우메보시 호밀빵^^


동생은 이후
제 빵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빵 좋아하던 옆에 친구들까지 어찌저찌 포섭(?ㅋ)하여 제 빵손님으로 데려왔네요.
다행히 그녀들 모두 저와 예전부터 알고 지내온 동생들이라 큰 부담없이 부족한 제 빵이라도 기꺼이 나누게 되었다는 이야기.
홈베이커로 오래도록 혼자 배우고 익히며 인생의 쓴맛(!^^;)을 무수히 삼킬 적에는
이런 보람 만끽할 날이 올 줄, 글쎄 상상이나 했었겠냐고요. ㅎㅎ







호밀빵은 아직 온기가 남아 미지근할 정도로 식힌 후
통째로 단단히 밀봉한 상태로 다시 차갑게 식힙니다.
다 식었거든 적당한 크기로 나누어 냉동실에 보관합니다.







저는 주로 한 덩어리의 큰 빵을 4 등분으로 갈라
그 중 하나를 다시 0.5cm 의 두께로 슬라이스 해두어요.
얇게 썰은 건 바로 먹을 거라 따로 실온에 둡니다.







호밀빵은 보통 구운 지 하루 지났을 때가 가장 맛있고요,

이후에 조금씩 빵이 마르는데 이땐 뜨겁게 달군 무쇠팬에
불을 끈 상태로
빵을 안친다음 뚜껑 덮어 잠시 두면 빵 자체에서 나오는 수분이 가두어져
금세 촉촉하고 보드러우면서도 졸깃해진 식감의 호밀빵을 즐길 수 있어요.

빵을 맛있게 데우는 방법은
빵의 종류에 따라,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집집마다 조금씩 달라서
요것만 따라 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깨알같은 재미.^^







우메보시 호밀빵에
차가운 발효버터 얇게 떠얹고
거기에 3색 발효잼(무화과잼, 오렌지&배잼, 블랙커런트잼) 한 방울씩 똑..







주룩주룩 비 내리는
여름날 오후

빵과 잼과 차가 있는
맛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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