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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도토리묵 말리기 참 좋은 날
이름 : 하동댁 2017-10-31 16:11:53, 조회 :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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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사는 친구가 나 보러 올 때 검은 봉다리로 하나 가득
도토리묵 가루를 들고왔다.
친구네와 이웃해 사시는 할머니의 작품이라며 건넨다.
조금 거칠지만 뽀얗고 깨끗한 도토리 가루를 만지자니
가을산을 사부작 사부작 누비며, 나무 등걸처럼 굵게 주름진 두 손으로 도토리를 줍고 말리고 빻는
할머님의 모습이 그림처럼 보인다.
수십 년 가을마다 반복하여 도토리 가루를 만드셨을 세월이 영화처럼 보인다.










국화꽃 닮은 노란 가을볕을 두고 놀리기가 아까워
무어라도 말리고 싶은 나날들.
쑤어둔 도토리묵도 채 썰어 볕에 내놓으면 며칠 안 걸려 까시처럼 마른다.
말린 도토리묵을 찬거리 부족할 때 촉촉하게 불려서 볶으면 이게 또 진미.
그거 먹을 생각하니 군침이 돈다.
우선 도토리묵 부터 쑤어보자.

열을 흠뻑 머금을 수 있는 두꺼운 냄비를 준비한 뒤
신선한 물을 도토리 가루의 5 배로 부어 한 30 분쯤 불린다.










너무 세지 않은 '중강' 불에서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도록 도토리묵을 끓인다.
젓다가 어느 시점에서  드문드문 투명한 몽우리가 뜨거든 즉시 불을 끄고
곱게 풀어준다.
이걸 제때 풀지 않으면 완성한 묵 속에 구슬처럼 박혀 식감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맛에는 관계없고.
몽우리를 매끈하게 풀었으면 다시 불을 켜는데 지금부터는 '중간' 불을 넘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인다.

묵을 젓다가 다시 몽우리가 올라오면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










생각을 비우고 마냥 끓는 묵을 젓다보면 한순간에
뿌옇던 액체가 회오리 치듯 갈빛으로 엉긴다.
훌훌 돌아가던 손목이 묵직해진다.
그러면 '중약' 불로 온도를 내리고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한다.










도토리묵 내음을 해치지 않는 오일도 한 숟가락 넣어
도토리묵에 윤기를 더한다.

냄비 밑이 눌지 않도록 마음을 계속 여기에 둔다.










주걱으로 바닥을 죽죽 밀었을 때 묵이 다시 바닥으로 밀려 내려오지 않으면
묵이 약  80% 쯤 되었다고 본다.










껄쭉한 범벅 형태의 묵 속에서
피육 피유육 용암 터지듯 묵이 끓거든
'약' 불로 줄이고 조금 더 젓다가










나무 주걱을 세웠을 때
제 스스로 꼿꼿하게 2 초쯤 서있을 수 있을 때
완전히 불을 끈다.
그러고도 1 분쯤 더, 바닥이 눌지 않도록 천천히 저어준다.










적당한 그릇에 나누어 담아 굳히면
도토리묵 다 됐다.
굳힐 때는 묵껍질이 생기지 않도록 아직 미지근할 때 뚜껑을 덮어
마저 식힌다.










찰랑찰랑 매끈매끈
향기롭구나.
이 맛이지, 가을 도토리묵.^^










말릴만큼 덜어 채 썰어 널었다.
저 바깥에 톳도 데쳐 널고, 율무도 씻어 펼쳐놓고, 그릇도 말리고...^^




























좋은 볕에 이틀을 말리면
그냥은 부러뜨리기 어려울 정도록 딱딱하게 마른다.
밀페 용기에 담아 보관하며 필요할 때 덜어
물이나 채수 등에 말랑말랑 하도록 불려서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현미 쉰다리액에 불려보았다.










볶을 때는 톳간장을 기본으로
불고기 양념을 하였다.
마침 조려놓은 우엉도 있어서 같이 넣고 볶았다.










향기롭고
고소한 가을 반찬.^^










쫀득이, 라고 혹시 아세요?
쫀득쫀득한 식감이 어렴풋이 쫀득이를 닮았지 말입니다.
돼지껍데기 볶음도 떠오르고, 소고기 심줄을 씹는 느낌도 좀 나요.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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