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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러시안 호밀빵 쉰다리 - 크바스
이름 : 하동댁 2017-06-30 19:24:50, 조회 : 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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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빵을 물에 적시고 꿀을 넣어 알콜도수 1% 내외가 되도록 가볍게 발효한 후
걸러서 마시는 음료, 크바스.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사람들의 토속 마실거리이다.



크바스에 대한 이 짧은 설명은 언제인지, 제목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하기 어려우나
맥주 관련 만화책에서 읽은 내용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 글을 접하던 때엔 한창 호밀빵 만들기에 불이 붙었던 시절이라
다채롭게 소개된 수많은 맥주 이야기는 더이상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오로지 호밀빵으로 음료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네요.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해보리라 다짐했었는데 곧바로 시도하지 않은 걸 보면
이것저것 늘어놓은 일들 중 어딘가에 깜빡 넋을 놓아 어느새 까맣게 잊었던 거죠.
그러다 러시아 여행자의 글에서 크바스를 다시 만났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을 때면 그/그녀가 어느 도시를 어떻게 느끼는가를 살피기에 앞서
'무얼 먹는지 구경하기' 를 즐기는 편인데요,
여행자가 음식에 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라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주기라도 하면  
이쪽 편에 있는 저도 곧 즐거운 기분이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활짝 열고
친숙하지 않은 재료의 향기와 질감을 한껏 부푼 상상속에서 오감으로 느끼며 뚝딱뚝딱 조리하여
눈 앞에 펼쳐진 실재와 상상 사이의 음식을 그/ 그녀와 나란히 맛보는 듯한 느낌이 마음을 들뜨게
만들기 때문에 그래요.
그렇게 글을 통해 새로운 요리를 접하고 나면 여운은 깊고 호기심은 증폭됩니다.
그럼 이제 형편 되는대로 재료를 구하여 '그거' 만들기를 시도해요.
애초에 똑 떨어지는 레시피를 갖지 못하니 결국 완성물은 '그거' 와 정 다른 것을 내놓기 일쑤지만
어쩔땐 운 좋게도 레시피가 없기 때문에 만들게 되는, 의외의 거대 수확물을 얻습니다.
사실 저는 바로 이 부분에 강하게 끌려요.
레시피 바깥에,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존재할 수많은 요리가 정말이지 궁금합니다.

러시아 여행자가 한여름 길거리에서 현지 사람들과 뒤섞여 크바스를 맛보며 보여준 반응은
조금 다르게 제 감성을 자극했어요.
' 처음 경험했을 땐 김빠진 맥콜같아 값싸고 차가운 맛에 간신히 들이켰는데
동행자들이 마실 때마다 덩달아 한 모금씩 하다보니 차츰 구수하고 달크름하고 깔끔한 뒷맛이 편안하였다. 러시아 사람들이 오랜세월 찾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ㅎㅎ 이런 말, 어디서 또 들어 본 기억이 퍼뜩 납니다.
쉰다리요.
쉰다리를 접한 많은 이들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였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크바스에 대해 알아볼수록 크바스는 쉰다리와 차이가 크질 않아요.
둘 다 상하기 직전에 다른 음식으로 회생시킨다는 점과 알콜도수 1% 내외의 음료라는 점도 같고,
옛부터 마셔온 토속 음료라는 점도 비슷하고, 마실수록 매력을 알게되는 것도 동일하고,
빚을 때 넣는 첨가제도 닮았고요.
가장 큰 차이라면 주재료로 각각 밥과 호밀빵을 쓴다는 것.
제 관점으로는 얼굴 다른 자매로 느껴졌어요.
그렇다면 쉰다리에 푹 빠진 지금 크바스는 반드시 만들어야 할 음료라는 생각에 저절로 닿았습니다.
마침 크바스 하기 딱 좋도록 기후 또한 고온 다습하니 망설일 이유 없죠.









크바스를 빚기 위해서는 우선 호밀빵이 필요해요.
러시아 크바스는 주로 호밀에 밀기울을 섞거나 캐러멜 혹은 당밀로 검게 착색해 구운 흑빵을 사용했다는군요.
(흑빵에 관한 설명은 '전진 러시아 님' 의 글로 대신하겠습니다.
http://blog.naver.com/capston8632/221018128267)

저는 쉰다리를 발효종으로 한 100% 호밀빵을 얄팍하게 썰어









태우듯 까맣게
오븐에 구웠어요.


아래는 각각 여우씨 님과 골리앗 님의 크바스 작업기인데요,
크바스의 짙은 색과 농밀한 향을 얻기 위해 두 분의 조언에 우선 따랐습니다.

여우씨 님  http://l2lmrfox.blog.me/220530253011

골리앗 님 http://goliath_777.blog.me/220066518221



그런데 멀쩡한 빵을 태우고나니 아까워져셔 마음이 불편해요.
옛날 먹을 것이 귀하던 시기에 설마 크바스 맛내자고 일부러 빵을 태웠을까도 싶고.
그러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어렴풋이 이해가 될듯도 합니다.

'집집마다 개인 오븐을 갖추기 어렵던 그 시절엔 마을에서 공동 화덕을 이용해
정한 날짜에 맞춰 수많은 빵을 한꺼번에 구웠을 테지.
그때 공교롭게도 불길 닿는 자리에 안쳤던 우리집 빵의 껍질이 탔고 시커멓게 타서 맛까지 쓴 것을 식사빵으로 먹을 수는 없지만 버리자니 또 아까워 그 부분을 잘라 모았을 거야.
한편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커다란 빵 덩어리를 실온에 두고 며칠씩 먹다보면 때때로 호밀빵 표면에
하얀 곰팡이가 슬던데 그런거야 말로 불에 그슬려 곰팡이를 날리고, 먼저 모아두었던 탄 빵껍질과
합쳐 무언가 먹을 수 있는 다른 음식을 만들어보려 고심했을 것같아.
그건 빵을 먹는 모든 사람의 공통된 고민이었을 테고 그런 가운데 어떠한 계기로 만들어진 지혜로운 음료가 <크바스> 인 거지'


ㅎㅎㅎ 그럴듯 한가요?








  

적당한 그릇에 빵을 나눠 담은 후
엿기름을 물에 풀어놓습니다.

달콤한 재료로 꿀을 넣을까 하다가
절친이 직접 지난 겨울 겉보리 싹을 틔우고 말려서 빻아 나눠 준
더없이 깨끗하고 더없이 향기로운 엿기름을 넣고 싶어져서요.










법제한 누룩도 한 숟갈 섞습니다.

요즘이야 러시아에서도 인스턴트 이스트를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빵 자체에 붙어있던 야생효모를 키워 발효를 도모했을 테니
그 자체로 천연효모 덩어리인 우리밀 통밀 누룩을 소량 첨가하여 발효에 힘을 싣기로 합니다.










저어서
고루 나누어 담고...










나머지는 신선한 물로
병 어깨까지 채워요.










호밀빵이 물을 머금으며
발효를 시작합니다.










하루가 지났어요.
태운 빵조각이 첨가된 양에 따라 우러나온 수색이 확연히 다르네요.
아름다워요.










휘휘 저으니 자잘한 거품이
바글바글 바그르르...^^

맛을 보니 달콤하고 고소하면서 굉장히 보드랍네요.
살짝 더 드라이해지도록 하루만 더 발효하기로 합니다.
서너 시간마다 한 번씩 효모가 고루 섞이도록 저어줍니다.










이틀째.
어제 보다 색도 한결 짙어졌고 단맛도 줄었어요.
새큼한 산미도 생겼습니다.










발효 속도가 빨라 더 두었다간 시어지겠어서
빵을 거릅니다.










깨끗한 병에 옮겨 담은 후
냉장고에서 이틀 숙성을 시키고 나면...










짜잔~~~
차가운 크바스










하나, 둘,
세 잔!


색의 짙기에 따라 맛이 다릅니다.
미리 만들어보신 분들의 말씀대로 크바스가 짙을수록 맛과 향이 짙고 풍부하네요.
발효된 호밀빵즙(?)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듯, 익숙한 듯, 알쏭달쏭 특색있는 맛이라
무슨 맛과 비슷한지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감정적으로는 굉장히 포근하고 친밀한 느낌이 들어요.  
아무튼 제가 만든 크바스는 김빠진 맥콜이나 맥주와는 또 다른데
첨가한 우리나라식 전통 엿기름과 누룩이 맛에 영향을 준 탓이 아닐런지요.
러시아에서도 크바스는 마치 우리의 가양주처럼 집집마다 빚어내는 비법이 다르다 하니
우리집에서 담근 크바스는 하동댁 스타일인 것으로.^^


이어서...











크바스에 유산균은 또 얼마나 살아있나 궁금해요.
궁금하시죠?
뽀얗게 가라앉은 앙금으로 확인 한 번 해볼까요?

우유와 무첨가 두유를 준비한 뒤
각각 약 25% 가량씩의 크바스 앙금을 붓습니다.










단지 2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우유 크바스 요거트 완성.
일단 냉장보관 하고 두유 요거트를 기다려요.










흔들어서 따르면
마시는 크바스 요거트...ㅎ~

역시 우유는 두유 보다 발효가 빠르네요.
두유는 이후 3 시간을 더 기다려 요거트를 얻었습니다.
더디지만 두유 크바스 요거트 맛은 그야말로 최고!









자잘자잘 귀여운
두유 크바스 요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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