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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가벼운 봄
이름 : 하동댁 2017-03-02 20:17:28, 조회 : 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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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앓으신 내 엄마가
드디어 웃으신다.

참 좋다.










엄마 곁에 머물다 집으로 돌아오니
나 없이 피어난 붉은 매화가 활짝 웃으며 반긴다.

참 좋다. 봄이다.












따스해진 눈빛으로 꽃잎을 보듬는다.

하늘하늘 봄바람에
붉은잎 날아갈듯 가볍구나.











덩달아 나도
가벼웁고 싶어서

치렁치렁 긴 머리를...











싹뚝,
잘랐다.

단숨에 홀홀한 봄!











머리를 먼저 민 남편의 그 자유로움(?)이 하도 부러워
이내 따라서 빡빡 머리로 산 날이 7 년.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나는 머리채만큼 자유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남편이 서른 일곱 , 아내가 서른 세 살 되던 젊은 해에
어머니를 모시고 산골로 들어와 이 산 건너 자그마한 암자를 거처로 하신 스님 한 분만을
덩그라니 이웃으로 두고
젊음을 밑천삼아 용감하게 흙을 퍼다 우뚝하게 집을 세우고 찻일을 배우며
한 5 년 살 때까지만 해도 쓸쓸함도 고단함도 하나 몰랐지.
그러다 차츰 삶에 적응이 되자 나의 시선은 허공을 향하여 종종 방황을 하였다.
그러는 내가 나조차 당황스러워 마음 갈피 잡기가 간절하던 그때
'그런 상태' 임을 스스로를 보며 깨닫도록 표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머리를 미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주저없이 곧 그리 하였다.


7년을 거울로 확인하며

한결같이 살았다.


그러고 나니 어느 날, 이젠 됐다, 는 기분이 들었다.
미풍에도 갈대처럼 휘청대던 내가
거센 회오리 바람 속에서도 눈썹 한 올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음을 느꼈다.


새롭게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동안 어느덧 물처럼 3 년이 흘렀고
머리도 저절로 허리춤을 향해
출출 흘렀다.


오늘
깡똥하게 잘라내 가뿐해진 머리로
산골에서의 16 번째 새봄을 맞으며
나는 간신히

산 중턱에 닿았다.











스님도 아니면서
머리 자르는 날엔 반드시 짜장면을 먹어야...


섬진강 건너 광양 초입에
남루하지만 언제나 정겹던 '신원반점' 건물이 헐릴 수도 있다고는 정말 상상도 해본적이 없는데
허허허...간판 조차 나뒹굴지 않고, 깨끗하게 사라졌다, 신원반점!
마음 준비는 커녕 거기 식구들과 작별인사도 못 나눴는데
'신원반점' 의 짜장면도,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던 안주인의 배웅도 더이상 받을 수 없게 되다니
흑흑 이 상실감...정말 어떡하나요!











피었다 지고
지었어도 때에 이르면 거듭 필 붉은꽃 몇 송이를 거두며

꽃잎같이 무심하고자
꽃잎같이 가벼워지고자
다시금 마음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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